미 F-15EX 조종석 한국산으로
10년 전 기술이전 거부의 역설
글로벌 F-15 개량시장 선점
미국 보잉이 한화시스템에 F-15EX 전투기용 대화면 다기능 전시기(ELAD) 공급 계약을 발주했다. 세계 최강 미 공군의 최신예 전투기 조종석에 한국 기업의 항전장비가 탑재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성과의 배경에는 역설적이게도 2015년 미국의 ‘기술이전 거부’가 있다. 당시 미국 정부는 KF-21 개발을 위해 한국이 요청한 AESA 레이더 등 4대 핵심 기술 이전을 차단했다.
거절당한 한국은 독자 개발로 방향을 틀었고, 4년 만에 시제품을 출고하며 세계 12번째 항공용 AESA 레이더 개발국이 됐다.
한화시스템이 공급할 ELAD는 수십 개의 계기판에 분산된 정보를 하나의 대형 화면으로 통합한다. 미 공군 F-15E와 F-15EX에 적용될 예정이다.
보잉이 한국 기업을 선택한 데는 절실한 이유가 있다.
2024년 3분기 보잉의 방산 부문 손실은 약 2조 8천억 원에 달했고, F-15EX 프로그램도 비용 상승과 일정 지연으로 미 의회의 압박을 받고 있다.
반면 한화시스템은 KF-21 개발로 기술력을 검증했고, 한국 특유의 납기 준수 역량을 보유했다.
진짜 시장은 지금부터다. F-15는 미국, 한국, 일본, 사우디아라비아 등 7개국이 운영하는 베스트셀러 전투기다.
전 세계 F-15 계열 500여 대가 2040년 이후까지 운용 예정이며, 대부분 조종석 현대화가 시급한 상태다.
특히 일본 항공자위대는 F-15J 200여 대 중 68대를 F-15EX 사양으로 개량하는 사업을 2028년까지 추진한다. 미 공군이 한화 장비를 채택한 것은 ‘US 밀리터리 스탠더드’ 인증을 받은 셈이다.
이번 계약은 KF-21 수출에 결정적 호재다. 한화 장비가 미 공군 규격을 충족하고 미군 주력기와 상호운용성이 보장된다는 사실이 증명됐다.
폴란드, 말레이시아 등 KF-21 도입을 검토 중인 국가들에게 “미 공군도 쓰는 기술”이라는 한마디로 모든 기술적 우려를 잠재울 수 있게 됐다.
10년 전 기술 이전을 거부당했던 한국이 이제는 미국 전투기의 두뇌와 신경망을 공급하는 파트너가 됐다. 미국 항공우주 산업의 밸류체인에서 한국은 이제 없어서는 안 될 핵심 고리로 자리잡았다.
- 리포테라 정지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