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도로공사가 고속도로 휴게소에 있는 주유소 화장실에 CCTV 모니터를 설치했다가, 금세 철거에 나섰습니다. 예산 수억 원을 허무하게 날린 셈인데, 왜 이런 일이 생겼을까요. 이원희 기자가 단독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서산-영덕 고속도로의 한 휴게소.
주유소 화장실 변기마다 모니터가 설치돼있습니다.
[주유소 관계자/음성변조 : "여기 기름 넣다가 이렇게 (주유건) 꽂아놓고 가시는 분들도 있고. (그 사이에) 자기 차랑 그런 거 보는."]
한국도로공사가 지난해 말 휴게소 주유소의 화장실 시설 개선 사업을 진행하면서, 177곳 화장실 변기 주변에 모니터를 설치했습니다.
화장실 이용 중에 자신의 차 주변 상황을 볼 수 있게 하자는 취지입니다.
[이재진/경기 시흥시 : "급한 화장실 용무 볼 때 차 상태를 볼 수 있으니까 좋은 것 같은데요."]
그런데 설치 6개월 만에 이게 불법일 수 있다는 민원이 제기됐습니다.
이렇게 CCTV를 통해 볼 수 있는 타인과 차량의 모습, 개인정보에 해당합니다.
법률 자문 결과 범죄 예방이 아닌 고객 편의를 위한 송출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일 수 있다는 결론이 났습니다.
[배성태/화물차 운전자 : "어떨 때는 불쾌감이 좀 많이 느껴지더라고요. 화장실(에서)만 이렇게 계속 쭉 비쳐버리니까. 기름 넣는데 심심하다고 보라고 해주는 건 아닌 거죠."]
3억 9천만 원을 들인 모니터 700여 개, 대당 50만 원이 넘는데 사용할 수 없게 됐습니다.
[민홍철/국회 국토교통위원/더불어민주당 : "(한국도로공사가) 정부 출자금을 1조 원 이상을 지원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면밀한 검토 없이 정보 보호를 소홀히 했다는 점에 대해서는 신속하게 시정해야…."]
취재가 시작되자 도로공사는 CCTV 영상 송출을 중단했습니다.
일부는 이미 철거를 했는데, 남아 있는 모니터는 교통사고 예방 등의 '공익 영상'을 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