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한약 재료로 쓰이는 얇게 썬 녹용을 허가받지 않고 만들고 이걸 불법 유통한 업자들이 무더기로 적발됐습니다. 무허가 시설에서 비위생적으로 제조돼 안전을 담보할 수가 없는데 무려 42억 원어치가 전국의 한의원으로 팔려나갔습니다.
장훈경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문을 열고 들어서자, 수북하게 쌓여 있는 통 사슴뿔, 녹용이 보입니다.
러시아와 뉴질랜드에서 들여온 녹용을 작게 잘라 가공하는 공장입니다.
[녹용 절편 제조 공장 관계자 : 이렇게 들어와서 썰어달라고 온 거예요.]
토치 불로 녹용의 털을 태워 제거한 뒤 기계로 썰고 말리는데, 작업대엔 그을음이 잔뜩 꼈고 바닥도 온통 먼지 투성입니다.
[식약처 수사관 : 거모(털 제거) 다 하셨네, 보니까 이거 봐 다 거모 하시고. 냄새가….]
소독과 약성 강화를 위해 녹용을 담그는 알코올은, 한 번 쓰고 버려야 하지만 계속 재사용해 쓰고 있습니다.
이런 무허가 시설 세 곳에서 3년여간 녹용 절편 6.4톤, 약 42억 원어치를 시중에 공급한 걸로 파악됐습니다.
[김영조/식약처 위해사범중앙조사단장 : 안 좋은 성분에 의한 교차 감염이 그대로 전이가 될 수 있고 검사 자체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저희가 안전성을 담보할 수 없다.]
1kg당 100만 원 정도인 정상 공급가격에 비해 20% 정도 저렴하다 보니, 유통업자들은 무허가 제품인 걸 알면서도 사들인 걸로 드러났습니다.
유통업자들은 의약품 도매상과 한의원에 납품할 땐, 식약처의 인증 표시가 찍힌 정품 상자에 재포장해 눈을 속였습니다.
무허가 녹용 절편을 납품받은 한의원과 의약품 도매상은 전국 210여 곳에 이릅니다.
[약재상 : (무허가인지) 알 방법이 없죠. 어떻게 알아, 모르지. 누구도 모르죠, 그건. 사는 사람들은 그럴 수밖에 없죠.]
식약처는 녹용 절편을 무허가로 제조, 판매한 4명과 유통업자 37명을 약사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하는 한편, 문제의 제품은 한의원 등에서 회수해 폐기할 거라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