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기술탈취 분쟁 연속 기획, 마지막 순서입니다. 대기업과의 분쟁에서 보기 드물게 기술을 지켜낸 한 스타트업 얘기입니다. 이 업체 대표는 "법으로는 대기업을 절대 이길 수 없다"며 힘겨웠던 경험을 공유했는데요.
박수진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기자〉
정지원 대표는 지난 2020년 개인의 건강 정보를 파악해 그에 맞는 영양제를 추천해 주는 AI 기반 기계를 개발했습니다.
국제 가전 전시회에서 잇따라 혁신상도 받았습니다.
그즈음, 헬스케어 사업을 준비 중이던 롯데가 정 대표 회사에 협업을 제안했고, 정 대표는 핵심 기술까지 공개하며 적극적으로 임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롯데 측이 협업 대신 '제품을 만들어 납품해달라'고 말을 바꾸면서 거래는 무산됐고, 그로부터 1년 반 뒤 롯데 계열사 롯데헬스케어는 유사 제품을 개발해 시장에 내놓았습니다.
[정지원/알고케어 대표 : (롯데가) '우린 잘못한 게 없으니까 정지원 대표 원하시는 대로 하세요' 그래서 저는 '제 목숨 걸고 싸웁니다']
정 대표는 법적 대응 외에도 언론 제보, 정치권 호소 등 가능한 방법을 모두 동원했습니다.
[정지원 : 법으로 싸우기는 너무 어렵습니다, 우리나라가. 자기들끼리 이메일이나 개발 자료에서 저희 제품을 얼마나 참고했는지 제가 어떻게 알아요. 그런데 그걸 피해 기업이 입증을 해야 되거든요.]
롯데 측은 해외에 이미 비슷한 사업모델이 있다며 기술 탈취가 아니라고 주장했지만, 국회와 중소벤처기업부 중재를 거쳐 결국 해당 사업을 접었습니다.
정 대표는 끈질긴 싸움 끝에 어렵게 기술을 지켜냈다고 안도하면서 중소 벤처 기업들에 이런 조언을 건넸습니다.
[정지원 : 대기업에서의 제안이니까, 너무 달콤하니까 일단 해보자 이런 경우가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실제로 협업할 수 있는 포인트가 명확하게 나오면 그다음에 (기술이나 자료를) 공유해야 할 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