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바로간다, 사회팀 이승지 기자입니다,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에 나와 있습니다.
탑골공원 하면 어르신들이 곳곳에 의자를 펴고 장기나 바둑을 두는 모습 떠오르실텐데요.
지금은 텅 비어있죠.
한 달 전부터 오락행위가 전면 금지됐기 때문인데요.
이후 공원 모습은 어떻게 변했을까요.
지금 바로 가보겠습니다.
리포트
공원은 한산했습니다.
노인은 그늘 아래 더위를 피하는 몇 명만 보입니다.
담벼락을 따라서는 통제선이 기다랗습니다.
한 달 전만 하더라도 달랐습니다.
30여 년 전 처음 등장한 장기판이 많을 때는 사오십 개나 됐습니다.
그런데 사람이 늘자 말썽도 늘었습니다.
윗옷을 벗고 행패 부리는 취객 옆에서 또 다른 취객이 술병을 던지는가 하면, 노상방뇨에 고성방가도 다반사였습니다.
지난해 경찰이 여기에 1천720번 출동했습니다.
하루 네 번꼴입니다.
장기판을 없앤 이유입니다.
[김호재/종로구청 문화유산과 주무관]
"(취객한테) 나가라고 하면은 '아니 우리 장기 두는 거다' 이러면서 또 교묘하게 섞여서‥"
한 달 새 경찰 신고는 약 30% 줄었습니다.
[상인]
"담배꽁초에다가 뭐에 쓰레기가 아주 하루 나오는 양만 해도 그때 100리터짜리가 한 5~6개 나왔어요."
[안치권]
"술 먹고 막 집어던지고, 그니까 얼마나 좋으냐고 저렇게 해놓는 게 낫지 깨끗하고 남 보기도 좋고‥"
노인들은 어디로 갔을까요?
공원 근처 땅바닥에 장기판을 펼친 어르신들 사이에 앉아봤습니다.
"<왜 여기 공원 와서 장기 두시는 거예요?> 동네 사람들이 장기 두는 사람들이 별로 없잖아. 여기 오면 많고."
조금 더 멀리 가봤습니다.
탑골공원으로부터 약 700m, 걸어서 10분 정도 거리에 있는 종묘 광장공원인데요. 일부 어르신들이 옮겨와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강동철]
"그러면 안 돼. 노인네들 갈 데 없는데 거기서 그렇게 해버리면, 그거 참 이상한 사람들이네."
"<구청에서는 복지센터 가시라고 그러더라고요.> 복지센터로 가서 우두커니 앉아있느니 여기는 바람이라도 좋지."
복지센터에도 가봤습니다.
센터측은 이용자가 많이 는 것 같지는 않다고 했습니다.
원래도 오후에는 바둑장기실이 꽉 찼다고 합니다.
탑골공원 노인들은 뿔뿔이 흩어졌습니다.
[박창옥]
"다 그냥 헤어져 버렸어요. 여기는 주소가 경기도 주소는 안 되니까 등록이 안 돼요. 그럼 뭐 어떡해. 연락도 안 되고 우리하고도. <공원에서 만나던 사이니까?> 아 그렇죠."
세계 10위권 경제 강국으로 성장했지만 우리나라 노인 빈곤율은 OECD 국가 중 최상위입니다.
사회적 고립감도 나이가 들수록 심각해 60대 이상 열 명 가운데 네 명은 "신체적, 정신적 위기에도 도움받을 곳이 하나도 없다"고 했습니다.
[김인영]
"앉아있다가 친구 만나서 떡도 하나 얻어서 도시락도 하나 얻어갈 수가 있고 또 여기 들어가면 두 군데 밥 주는 데가 있잖아."
탑골공원 장기판에는 이런 배경이 깔려있습니다.
노인들의 가난과 고독이 사라지지 않는 한 탑골공원 같은 갈등은 반복될 수밖에 없습니다.
바로간다, 이승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