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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 배달하면 신나서 챙겼는데” 이렇게 심각하다니…몽땅 버려지는 플라스틱 쓰레기 [지구, 뭐래?]
[헤럴드경제 = 김상수 기자] “쓰기엔 참 편한데, 쓰고나면, 어떻게 되지?”
이름은 낯설다. ‘소유타이(shoyu-tai)’, ‘런치 참(Lunch Charm)’ 등으로 불린다.
무엇일까 싶지만, 보면 다 안다. 물고기 모양의 휴대용 간장용기다.
호주에서 이 용기의 사용이 금지된다는 소식에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손가락보다 작은, 이 작은 용기에 왜 전 세계가 주목하게 될까?
이는 그만큼 플라스틱 쓰레기에 대한 세계적 관심이 크다는 방증이다. 이 플라스틱 용기는 휴대하기에 참 편리하다. 국내에서도 배달 음식 등에 널리 쓰인다.
문제는 편리하게 쓰고 난 이후다. 재활용하기에도 힘들 만큼 작은 사이즈에, 사실상 세척도 불가능하다. 고스란히 버려질 수밖에 없는 플라스틱 쓰레기다.
해당 용기를 개발한 것으로 알려진 일본 업체는 매일 하루에 100만개 이상 생산 중이다.
물론, 일본 외에 전 세계 어디서도 이 용기는 널리 생산하고 쓰인다. 누구나 이 용기를 알고 있다면, 과연 우린 하루에 몇개나 이를 버리고 있을까.
플라스틱 쓰레기의 역습은 이제 인류가 직면한 숙제다. ‘하나쯤’이란 용인이 재난을 키웠다. 이 작은 플라스틱 용기처럼.
외신에 따르면, 호주 남호주주는 1일부터 일회용 플라스틱 금지 조치를 시행하면서 세계 최초로 ‘런치 참’을 금지하는 지역이 될 예정이다.
이 용기는 1954년 오사카에 본사를 둔 아사히 소교(Asahi Sogyo)사의 창립자 와타나베 테루오에 의해 고안된 것으로 알려졌다.
아사이 소교 홈페이지엔 이와 관련한 개발 비화가 상세히 소개돼 있다. 당시 테루오는 “향후엔 플라스틱의 시대가 될 것”이라는 판단하에 도시락에 사용되는 유리나 도기의 간장 용기를 플라스틱으로 바꿔보려 했다.
그는 “깨지지 않고 싸고 안전하게 일회용 용기를 만들면 반드시 팔린다”고 판단, 연구 개발 끝에 물고기 모양의 플라스틱 간장 용기를 만들었다. 향후 이는 일본 식문화에 꼭 포함되는 용기로 널리 쓰였다. 현재에도 아사이 소교는 하루에만 100만개 이상 이 제품을 생산 중이다.
일본 전역에 이어 전 세계로 퍼지며 인기를 끌었지만, 시대가 변했다. 불과 몇초 쓰이기 위해 만들어진 플라스틱은 수백 년간 썩지 않고 남는다. 특히, 해당 용기는 크기가 작아 바람에 날리거나 배수구로 버려지기 쉽다.
남호주 환경부 장관인 수잔 클로즈 박사는 “대용량 또는 재충전 가능한 조미료 용액이나 더 관리하기 쉬운 대체품으로 대체할 수 있는 항목”이라며 “이를 없애면 폐기물로 유입되는 일회용 플라스틱 양을 직접적으로 줄일 수 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또, 해당 쓰레기가 워낙 작아 바다를 떠다니게 되면 해양 생물들이 먹이로 오인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됐다.
이 용기를 포함,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는 이제 먼 얘기가 아니다. 유엔환경계획(UNEP)에 따르면, 1950년 연간 200만 톤 수준의 플라스틱 생산량은 2022년 기준엔 4억 톤까지 급증했다.
생산량은 급증하고 있는데, 정작 재활용되는 건 10% 내외에 그치고 있다. OECD 전망에 따르면, 2060년까지 플라스틱 폐기물은 현재 수준보다 세 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현재 10% 내외인 재활용률은 최대 17%에 불과할 것으로 분석됐다.
재활용보다 만드는 게 더 늘어나니, 자연스레 쓰레기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운명이다. 이는 결국 바다에 버려지거나 땅에 묻히거나 태워진다. 그 어떤 방식으로도 문제는 더 심각해질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