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한국과 일본이 미래지향적인 관계로 나아가는 것과는 별개로, 해결되지 않은 과거사는 엄연히 존재합니다.
일본의 한 해저 탄광에는 한꺼번에 수몰된 조선인 강제징용 노동자 130여 명의 시신이 그대로 묻힌 채 남아있는데요.
83년 만에 처음으로 희생자 유골로 추정되는 뼈가 발견됐습니다.
도쿄에서 신지영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리포트
오늘 오후 일본 야마구치현 조세이 해저 탄광 현장 조사에서 발견된 유골입니다.
모두 세 점으로 가장 긴 건 약 42cm에 달합니다.
시민단체 '조세이 탄광 수몰 사고를 역사에 새기는 모임'은 "갱도 안에 희생자 4명의 것으로 추정되는 뼈가 흩어져 있었으며 이 중 일부를 수습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노우에 요코/조세이 탄광 수몰 사고를 역사에 새기는 모임]
"아마추어의 눈으로 보기에도 사람 뼈가 틀림없어 보입니다."
일제강점기 조선인 강제징용 현장이었던 조세이 탄광은 지난 1942년 2월 3일, 해저 갱도가 무너지면서 바닷물에 잠겼습니다.
탄광 안에 있던 조선인 136명을 포함해 183명 전원이 수몰돼 목숨을 잃었습니다.
탄광 회사가 참사의 진실을 은폐하기 위해 입구를 막아버리면서, 희생자들의 시신은 갱도 속에 묻힌 채 남아있었습니다.
일본 정부가 외면하고 한국 정부가 강제징용 기업들에 면죄부를 줄 때, 유해발굴에 나선 건 일본의 시민단체였습니다.
크라우드 펀딩으로 일본 시민들로부터 5천만 엔, 우리 돈 4억 7천만 원에 이르는 돈을 십시일반 기부받아, 수중 탐색에 필요한 막대한 비용을 모았습니다.
이 돈으로 43미터 깊이 바닷속을 수차례 뒤져 이번 달 초 갱도 입구를 찾아냈고, 마침내 오늘 희생자의 것으로 추정되는 유골을 발견한 겁니다.
이들의 끈질긴 노력에 일본 정부도 전향적으로 지원을 검토하겠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시바 시게루/일본 총리 (4월 7일 참의원 결산위원회)]
"어떤 지원이 필요한지는 정부가 책임을 갖고 판단하고자 합니다."
내일부터 이틀에 걸쳐 탄광 내부를 본격적으로 수색할 예정이어서, 추가 유해가 발견될 가능성도 높아 보입니다.
도쿄에서 MBC뉴스 신지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