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과다 수유·응급조치 미흡
영아돌연사 주장 인정 어려워”
유족에 5억4000만원 배상 판결
서울 서초구 법원종합청사 「사진=연합뉴스」
생후 사흘 된 신생아가 산부인과에서 숨진 사건과 관련해 법원이 의료진의 과다 수유와 미흡한 응급조치에 책임이 있다고 판단하고 유족에게 5억4000여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15부(부장판사 박정기)는 사망한 신생아의 부모 등이 담당 의사와 병원장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측 청구를 대부분 인용했다. 재판부는 의사와 병원장이 공동으로 5억4000여만원을 배상하도록 했으며, 병원과 보험계약을 맺은 보험사도 보험 한도인 5000만원 범위에서 공동 책임을 지도록 했다. 외할머니에게는 위자료 500만원을 인정했다.
재판부가 인정한 사실관계에 따르면 신생아는 2024년 1월 출생 후 신생아실에서 치료와 수유를 받던 중 생후 이틀째 저녁부터 약 8시간 동안 모두 6차례에 걸쳐 총 270㎖를 먹었다. 이후 다음 날 새벽 청색증과 무호흡 상태로 발견됐으며, 병원 이송 및 응급처치가 이뤄졌지만 결국 숨졌다.
법원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결과 등을 토대로 과도한 수유로 인한 구토물 흡인이 기도 폐색과 저산소증을 유발했고, 이후 응급 대응이 늦어진 점이 사망으로 이어졌다고 판단했다. 특히 신생아의 위 용량과 권장 수유량을 고려할 때 의료진이 편의적으로 과도한 수유를 시행해 주의의무를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응급 상황 발생 이후의 대응도 적절하지 않았다고 봤다. 재판부는 신생아의 상태를 확인한 뒤 119 신고가 약 30분가량 늦어졌고, 기관내삽관이 필요한 상황에서 간호사가 시술을 시도하다 실패하면서 처치가 지연됐다고 판단했다. 또 심폐소생술 과정에서도 신생아 권고 지침과 다른 방식이 적용되는 등 응급처치가 미흡했다고 설명했다.
병원 측은 과다 수유 사실이 없으며 사망 원인이 영아돌연사증후군(SIDS)일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과다 수유와 기도 폐색에 따른 질식 사이의 인과관계가 인정되는 이상 막연한 영아돌연사 가능성만으로 이를 부정할 수 없으며, 설령 영아돌연사였더라도 의료진이 적절한 조치를 했다면 생명을 보존할 가능성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신생아 사망 다음 날 간호사가 진료기록 일부를 수정한 점과 병원 관계자들의 진술이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달라진 점도 함께 지적했다. 아울러 관련 형사사건에서 의료진이 무혐의 처분을 받았더라도 이는 증거 부족에 따른 결정으로 민사상 과실 책임까지 부정하는 근거가 될 수는 없다고 밝혔다.
병원 측은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