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이 상장지수펀드(ETF) 상품을 팔며 고객에게 불리한 수수료 조건을 내건 정황이 포착돼 금융감독원이 불완전판매 여부를 따져보기 위해 현장검사에 나서기로 했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이날 KB국민·우리·NH농협은행에 대해 이 같은 검사에 착수한다고 통보했다. 신한·하나·SC제일은행에 대해서도 8월 중 검사를 진행할 방침이다.
금감원은 이들 주요 시중은행이 ETF 신탁 상품을 판매할 때 고객에게 수수료 부담 내용을 충분히 설명했는지 들여다 볼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 결과 은행 ETF 신탁 계약 10건 중 9건은 단기 매매 고객에게 불리한 선취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어서다.
금감원이 ETF 신탁 거래를 분석한 결과 통상 보유기간이 평균 42일 정도로 짧고 계약이 빈번하게 이뤄지는 실정이다. 특히 올 들어 증시가 호황을 맞이하며 단기 매매 경향이 심화되는 모습이다. 6개월 이내 매도하는 단기 거래 비중이 전체의 94.6%를 차지한 것으로 집계돼서다.
문제는 단기매매 비중이 높은데도 은행 ETF 계약의 91.7%가 선취 수수료 방식을 택하고 있단 것이다. 선취 수수료는 가입할 때 1회에 한해 투자금의 1% 내외를 미리 지급하는 방식이다. 1년 이상 장기 거래를 할 때만 유리한 계약 조건이다.
단기 거래에 있어선 투자 수익에 따라 연 1% 내외를 가져가는 후취 수수료가 훨씬 이득이다. 후취 수수료는 만약 투자자가 3개월만 투자했다면, 3개월치만 수수료를 내면 돼서다.
아울러 현재 은행 ETF 거래는 목표 수익률이 5% 이하로 설정된 계좌가 절반 이상(58.1%)인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상반기와 같이 증시가 호황일 땐 하루만에 목표 수익률을 달성해 매매가 빈번하게 이뤄질 수밖에 없는 셈이다.
금감원은 은행들이 선취 수수료와 낮은 목표 수익률 설정이란 조합으로 고객의 최적 신탁 수수료 대비 7배 이상의 수수료를 수취했다고 보고 있다. 만약 고객이 후취 수수료와 높은 목표수익률 설정이란 조합을 선택했다면, 은행이 받았을 예상 신탁 수수료는 545억원으로 추산된다. 이는 작년 1월부터 올해 5월까지 판매된 ETF 신탁 상품을 대상으로 한다.
반면 이번에 검사 대상에 오른 6개 시중은행이 같은 기간 실제 수취한 신탁 수수료는 3948억원에 달하는 상황이다. 결국 금감원은 시중은행이 수수료 수익을 많이 얻기 위해 고객에게 설명 의무를 다하지 않았던 건 아닌지 살펴볼 것으로 보인다.
앞서 6개 은행은 자금이 증시로 흐르는 머니무브에 대응하기 위해 올 들어 ETF 신탁 판매를 급격히 늘린 바 있다. 지난 5월(10조 8000억원)은 작년 연말(1조 2000억원) 대비 8.8배나 급증한 상황이다. 수수료 수익도 작년 연말 102억원에서 지난 5월 기준 1036억원으로 10.2배나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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