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경찰이 불법 도박사이트를 단속했는데, 청각장애인들의 계좌가 무더기로 발견됐습니다.
우리가 흔히 뉴스에서 보는 수어통역을 잘 알지 못하는 청각장애인들도 있는데요.
이들과 수어통역사 사이에서 한 번 더 중계 통역을 제공하는 역할이 따로 있는데, 이 중간 역할을 하는 사람이 자신과 같은 청각장애인들을 끌어들인 겁니다.
신지혜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경찰이 침대에 엎드린 사람에게 압수수색 영장을 보여줍니다.
침대 위의 사람이 영장을 보고 손으로 무언가를 말하자, 경찰 옆의 사람이 이를 통역합니다.
[경찰 측 수어통역사 - 경찰]
"<문을 어떻게 열고 왔는지…> 문을 두드려도 대답이 없어서 창문으로 왔어요."
이 청각장애인 등 3명은, 다른 청각장애인의 계좌를 모아 도박판에 대포통장으로 공급하다 적발됐습니다.
그런데 이같은 범행을 주도한 건 청각장애인이자 수어통역사인 40대 남성.
수어통역센터에서 알게 된 청각장애인들에게 "거래 실적을 쌓으면 은행 신용도를 높일 수 있다"고 속여 계좌와 명의를 빌린 뒤 도박 조직에 대포통장으로 팔아 2년 동안 1억 원을 챙겼습니다.
일당은 계좌 하나당 20만 원을 주겠다며 청각장애인들을 모집했는데, 실제 명의를 넘긴 이들만 87명에 달합니다.
도박사이트 수사 중 청각장애인 계좌가 무더기로 발견되면서 추가 수사가 이뤄졌고 이같은 사기구조가 드러나게 됐습니다.
[윤성환/부산경찰청 광역수사대 2계장]
"그분들(청각장애인)은 도박 혐의를 부인했고, 실제로 도박을 한 것 같지도 않았고. 계좌만 양도된 것이 아니냐고 저희들이 추정을 하고…"
경찰은 청각장애인 수어통역사와 도박 조직원 등 6명을 구속해 사건을 검찰에 넘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