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지난주 발생한 캐나다 곳곳의 대형 산불이 뿜어낸 연기가 미국 동북부 지역까지 뒤덮었습니다.
그러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캐나다에 '산불 관세'를 매기겠다고 했는데, 농담이 아니라 실제로 무려 50%의 폭탄 관세를 예고했습니다.
워싱턴 허유신 특파원입니다.
리포트
캐나다의 대규모 산불 연기가 시카고와 뉴욕 등지를 거쳐 워싱턴까지 덮친 지난 17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SNS에 농담인지 진담인지 알 수 없는 한마디를 남겼습니다.
산불 연기로 미국이 수십억 달러의 피해를 입었으니 캐나다에 '관세'를 물리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이틀 뒤, 캐나다 카니 총리와 태연하게 월드컵 결승전을 보고 나서도 관세 얘기를 다시 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미국 대통령 (현지시간 20일)]
"저는 카니 (캐나다) 총리와 사이가 좋아요. 하지만 그들은 피해 보상금 같은 것을 지불해야 합니다. 우리가 관세를 물려야 할 수도 있고요."
농담이 아니었습니다.
트럼프는 캐나다산 제품 대부분에 추가 관세 50%를 매기는 포고령에 서명했습니다.
캐나다는 어처구니가 없다는 반응입니다.
[더그 포드/캐나다 온타리오 주지사 (현지시간 20일)]
"지금 미국도 수천 건의 산불이 나고 있어요. 그러나 '캐나다가 연기 넘어온다고 불평했다'는 얘기는 못 들었을 겁니다."
백악관은 '산불과 무관한 관세'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언론들은 미국이 곧 갱신을 앞둔 캐나다·멕시코와의 무역협정 협상에서 기선을 제압하려는 의도로 보고 있습니다.
그러나 폭탄 관세의 근거로 제시된 관세법 조항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미국 제품을 차별'하는 국가에 대통령이 직권으로 50%까지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는 '338조'가 등장했습니다.
사전 조사조차 필요 없는 일방적 권한이라 대공황 시절인 1930년 제정 뒤 100년 가까이 사실상 사문화됐던 규정입니다.
이처럼 논란이 불가피한 극약 처방을 이웃이자 최우방인 캐나다에 감행한 겁니다.
마침, 전 세계에 부과 중인 10%의 '보편 관세'가 오는 24일 법적 시한이 끝나는 만큼, 대체 수단을 곧 내놓을 미국으로선 각국의 긴장감을 끌어올리는 효과도 있습니다.
한국 역시 지난해 합의한 세율 15%를 지켜낼 수 있을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과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은 이번 주 워싱턴을 찾아 미 정부 관계자들을 상대로 물밑 조율에 나설 예정입니다.
워싱턴에서 MBC뉴스 허유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