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문화재도 마치 사람처럼 엑스레이나 CT 촬영으로 안쪽을 들여다보면 뭐가 나올까요?
국립중앙박물관이 세계 최대 CT 촬영기기로 한 조선시대 불상 속을 들여다봤는데요.
그 결과를, 임소정 기자가 보여드립니다.
리포트
검사대 위에 놓여진, 가부좌를 튼 금빛 불상.
장비가 천천히 회전하며 촬영을 시작하자, 부처님의 몸속이 훤히 드러납니다.
머리에서 무언가 보입니다.
조선 광해군 때 만들어진 보물 '지장암 목조비로자나불좌상'.
4백여 년 만의 첫 건강 검진 결과, 불상을 만들 때 넣는 유물, '복장물'을 몸체뿐 아니라 머리에도 넣은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허형욱/국립중앙박물관 교육과장]
"추가 조사를 해야 되지만 경전이나 다라니 등을 넣은 걸로 보입니다."
또, 200년 정도 된 통나무를 통째로 깎아 몸체를 만들고, 얼굴을 따로 만들어 붙인 제작 과정도 새롭게 확인됐습니다.
국립중앙박물관이 23억 원을 들여 새 원통형 CT 장비를 도입해 확인한 성과입니다.
예전엔 유물을 돌려가며 촬영해야 했지만, 이제 최대 3미터 크기까지도 유물을 고정시키고 더 편하게 촬영할 수 있습니다.
[양석진/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사]
"유물의 상태가 조금 안 좋다 하더라도 유물이 움직이는 경우가 아니기 때문에 비파괴 조사의 비중을 좀 더 주고자…"
세계 각국마다 문화유산 속을 들여다보는 게 새로운 일은 아닙니다.
이집트는 미라의 붕대를 안 풀고 CT 촬영으로 내부 보석과 부장품을 확인합니다.
이탈리아에선 베수비오 화산 폭발 당시 파묻힌 파피루스 두루마리를, CT로 스캔해 문자를 판독하는 작업이 진행 중입니다.
우리 문화 유물도 속을 들여다보고서야 정확한 용도를 확인한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경주 금령총에서 나온 국보 기마인물형 토기는 CT 촬영을 하고 나서야, 그저 조각상이 아닌 주전자였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조선시대 술잔인 계영배 또한 술을 일정 수위 이상 부으면 밑으로 흘러 나가도록 만들어진 내부 구조를 나중에야 알 수 있었습니다.
1976년 이쑤시개 같은 도구를 쓰다가, 1980년대 처음 X선 장비를 도입한 뒤 2000년 초 대학병원 CT 장비를 빌려 쓰며 발전해 온 우리 문화유산 보존과학.
선조들의 지혜를 정확히 이해하려는 노력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습니다.
MBC뉴스 임소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