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김건희 씨는 오늘 출석하면서 갑자기 자신을 한껏 낮추는듯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피의자는 과거에도 이미 이러다가 금세 표변했던 적이 있고 곳곳에서 위세등등한 행동을 감추지 못 해왔죠.
대통령을 뜻하는, 이른바 V1보다 더 위에 있다고 해서 V0로 불렸던 그가, 구체적으로 어떤 위세를 떨쳤는지 이준범 기자가 되짚어 봤습니다.
리포트
특검이 나오라고 한 시간보다 10분 넘게 지각 출석한 피의자 김건희는 자신을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라고 했습니다.
[김건희/윤석열 전 대통령 부인]
"국민 여러분께 저같이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심려를 끼쳐서 진심으로 죄송합니다."
하지만 김건희 씨는 대선 과정에선 자신이 러닝메이트인 것처럼,
[김건희/당시 국민의힘 대선 후보 부인 (2021년 7월, 서울의소리)]
"내가 정권 잡으면 거기‥ 거기는 완전히‥ 완전히 무사하지 못할 거야."
윤석열 전 대통령 당선 뒤엔 대통령 부인이 아니라 대통령으로 착각하는 듯한 인식을 드러내 왔습니다.
[김건희/당시 영부인 (2022년 9월)]
"좀 이제 적극적으로 저는 그 남북 문제에 제가 좀 나설 생각이에요, 정말로. <그렇게 하세요.> 그래야 되고 남북통일을 해야 되고‥"
김 씨는 미국에서 탈북자들을 만나 "저와 우리 정부가 끝까지 함께하겠다"며 자신이 곧 정부를 대변하는 것처럼 말했고, 경찰을 대동해 마포대교 순찰에 나서서는 "미흡한 점이 많고, 개선이 필요하다"며 격려가 아닌 지시를 내렸습니다.
이는 단순한 말실수 차원이 아니었습니다.
김 씨는 대선 기간 도움을 준 정치브로커를 위해 여당 공천에 관여하며 자신에게 없는 권한을 행사했다는 논란을 자초했습니다.
[김건희/당시 영부인 (2022년 5월)]
"당선인이 지금 전화를 했는데 하여튼 당선인 이름 팔지 말고 그냥 밀으‥ 밀라고 했어요. 지금 전화해서. <아 예 고맙습니다. 당연하죠.>"
영부인이 민간인에게 디올백을 받는 영상이 공개되며 거센 비판을 받았지만, 정작 수세에 몰린 건 김 씨의 사과를 요구했던 여당 대표였습니다.
[한동훈/당시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지난해 1월)]
"제가 사퇴 요구를 거절했기 때문에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말씀드리지 않겠습니다."
주가조작, 명품백 수수, 공천개입 등 각종 의혹이 터져 나와도 검찰 수사는 김 씨 앞에서 모두 멈춰 섰습니다.
이렇다 보니 김 씨에겐 대통령, VIP보다 앞선 실세라는 의미의 V0라는 호칭이 붙었습니다.
영부인이 되면 조용히 지내겠다던 대선 기간 약속이 무색해진 겁니다.
[김건희/당시 국민의힘 대선 후보 부인 (2021년 12월)]
"남편이 대통령이 되는 경우라도 아내의 역할에만 충실하겠습니다."
그럼에도 윤석열 전 대통령은 순진한 아내를 악마화한다며 여론에 맞섰고, 김건희 특검법에 세 번이나 거부권을 썼습니다.
[윤석열 전 대통령 (지난해 11월)]
"대통령에 대한 아내로서의 이런 조언 같은 것들을 마치 국정 농단화시키는 거는 그거는 정말 우리 정치 문화상이나 또 우리 문화적으로도 이건 맞지 않는 거라고 저는 보고요."
헌법에 규정된 '대통령 거부권'을 내세워 수사를 피해 왔던 김건희 씨.
본인의 말처럼 영부인도 검찰총장 부인도 아닌 사람이 되어서야 결국 수사기관 앞에 섰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