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부암동의 수령 100년 넘는 은행나무에 제초제를 주입해 고사에 이르게 한 환기미술관이 결국 경찰 수사를 받게 됐다.
서울환경연합과 부암동 주민 등 60명은 29일 오후 서울 종로경찰서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재단법인 환기재단과 환기미술관 박미정 관장을 형법상 재물손괴와 토양환경보전법 위반 혐의로 종로경찰서에 고발했다.
환기미술관은 지난 4월 22일 조경업체 직원 2명을 통해 미술관 부지 밖의 은행나무 뿌리 부근에 전동드릴로 10개 이상의 구멍을 뚫고 제초제를 주입한 혐의를 받는다.
고발인들은 미술관 측이 제초제의 성분과 주입량 등을 공개하지 않아 토양 오염 여부와 범위 역시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수사를 통해 이를 규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참가자들은 제초제 피해를 입은 은행나무에 김환기 화백의 호이자 나무와의 대화를 뜻하는 ‘수화(樹話)’라는 이름을 붙이고 “부암동 은행나무 수화를 살려내자”고 외쳤다.
김보미 법무법인 원 변호사는 “말 못 하는 존재를 대리해 ‘이건 잘못된 것이다’라고 말을 해주는 사회가 건강한 사회라고 생각해 생태 보전을 위해 고발을 진행하게 됐다”고 말했다.
앞서 환기미술관은 지난해 “나무 뿌리 때문에 미술관 담장이 붕괴하고 있다”며 종로구청에 해당 은행나무를 제거해 달라는 민원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러나 종로구 안전진단 결과 해당 은행나무는 담장 균열 등에 영향을 주는 위험수목이 아닌 것으로 판단됐다.
논란이 커지자 환기미술관은 홈페이지를 통해 공식 사과했지만 은행나무는 이미 상당 부분 고사한 상태다.
지난달 26일 우종영 나무의사의 현장 진단에서는 잎의 약 90%가 탈색·변색된 것으로 확인됐다.
국립산림과학원도 수관 약 60%에서 전형적인 제초제 피해가 나타났다는 의견을 내놨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비인간 생명의 권리를 강조하는 ‘생명살림선언’도 발표됐다.
참가자들은 선언문에서 “법은 나무를 소유권의 대상으로만 보고, 행정은 이를 관리 대상인 시설물로만 취급한다”며 “소유가 살아있는 것을 마음대로 죽일 권리를 뜻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와 국회는 식물과 동물 등 비인간 존재가 인간의 편의에 따라 죽임당하지 않도록 법적 주체성과 법인격을 인정하는 ‘생명살림 입법’에 착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100살 넘은 은행나무 ‘독살 시도’ 논란 환기미술관…결국 경찰 수사 받는다
아이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