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구나무 / 깜돌이 님
한 수 배우다
이 진 희
앞마당 살구나무
자신은 한 개도 먹을 수 없는
열매를 주렁주렁 매달고
한 여름 뙤약볕에 힘들어하던가
비가 오나 바람이 부나
자식새끼를 떨구고
부끄러워하지도
죄스러워 하지도 않는다
다만 누군가에 또 다른 먹이가
되었음을 알고 있을 뿐
자연은 하나의 고리에 매달려
정확하게 오차 없이 순환하고 있다
모를 수는 있지만
쉽게 지나칠 일도 아니다
나무가 나무답게
사는 것처럼
사람도 사람의 도리를
벗어나지 않고 살아야
잘 살다가 죽을 수 있다
하늘과 땅
무엇을 위하여 있는가
이 아침에 한 수 배워 보시라.
2021년, 연천 문학 제19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