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 반찬 왔어요" 독거노인 돌보는 집배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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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 반찬 왔어요" 독거노인 돌보는 집배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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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 반찬 왔어요" 독거노인 돌보는 집배원들

[현장 르포] 전남 강진우체국 '식사배달 서비스'

강진=윤성은 기자

입력 2026.06.22. 00:45업데이트 2026.06.22.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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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전남 강진 강진우체국 집배원이 지역 어르신에게 식사가 담긴 도시락을 배달하고 있다. /윤성은 기자

“우체국입니다. 반찬 배달 왔어요.”

지난 18일 오전 9시 50분, 전남 강진군 군동면의 한 주택 앞. 강진우체국 집배원 김호희(31)씨가 닭볶음탕과 열무김치가 든 가방을 들고 대문을 두드렸다. 잠시 뒤 집주인 신명식(100)씨가 나왔다. 신씨는 김씨의 손을 잡고 집 안으로 들어가더니 “서울 사는 증손자가 곧 결혼한다” “간호사 딸이 얼마 전 승진했다”며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놨다. 5분 남짓 이야기를 나눈 김씨는 다음 배달을 위해 길을 나섰다. 대문 앞에 서서 김씨를 배웅한 신씨는 우체국 트럭이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한참 동안 바라봤다.

김씨는 “할아버지는 이야기를 더 나누고 싶어 하지만 다음 배달 일정 때문에 어쩔 수 없다”며 “오늘 오전 반찬 배달을 해드려야 하는 집만 12곳”이라고 했다. 김씨가 차로 5분을 달려 도착한 강진읍의 다른 주택에는 수년 전 아내와 사별한 박종석(73)씨가 살고 있었다. 치아가 거의 없고 거동도 불편한 박씨를 위해 김씨는 문밖에 있던 소포와 물건을 정리해줬다. 박씨는 그런 김씨에게 “바쁜데 어서 가보라”며 손사래를 쳤다. 고마움과 미안함이 섞인 표정이었다.

편지와 소포를 배달해야 할 김씨가 마을 독거 노인들을 살피고 다니는 건 강진우체국이 시작한 ‘우체국 식사 배달 서비스’ 때문이다. 독거 노인 50명에게 매주 목요일 강진 노인복지센터에서 마련한 일주일치 반찬을 배달하는 사업이다. 강진우체국 소속 집배원 27명 중 5명이 자원했다. 나머지 집배원 22명은 반찬 배달을 나간 동료들의 우편 업무를 분담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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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전남 강진 강진우체국 직원들이 지역 어르신에게 전달할 도시락을 준비하고 있다. /윤성은 기자

사업 첫날인 18일 본지가 집배원들의 반찬 배달길에 동행해 보니, 이들은 배달은 물론 어르신들의 건강 상태를 살피고 가벼운 집안일을 거들어주는 한편 말동무 역할까지 했다. 강진선 강진우체국 물류과장은 “반찬을 배달하는 집배원도, 남아서 업무를 나눠 맡은 집배원도 업무량이 많아졌지만 추가 수당은 없다”며 “그럼에도 ‘지역 어르신들이 모두 내 부모님 같다’며 전 직원이 자발적으로 팔을 걷어붙였다”고 말했다.

강진군은 대표적인 ‘소멸 위험 지역’이다. 아이를 낳을 수 있는 젊은 여성 인구(20~39세)가 65세 이상 인구 수의 20%에 못 미친다. 강진의 노령화 지수(14세 이하 유소년 인구 대비 65세 이상 인구 비율) 역시 518.9%로, 전국 평균(186.7%)의 세 배를 웃돈다. 사실상 ‘자연 소멸’ 단계에 진입한 지역인 셈이다.

강진군 관계자는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독거 노인을 위해 식사 배달을 해왔지만 담당자가 두 명밖에 없어 일손이 턱없이 부족했다”며 “노인들이 사시는 집이 대체로 외진 곳에 있어 배달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경우도 많았다”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우체국 집배원들이 독거 노인 돌봄 사업에 가세하고 나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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