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요즘 마트에서 6-70년대 것처럼 보이는 옛날 선풍기와 라디오 보신 적 있나요?
중장년층의 향수를 자극하는 것은 물론, 옛날 감성에 반응하는 젊은 층까지 노려 내놓은 제품들인데요.
최근에는 더 나아가 AI를 활용해 그 시절 선대회장까지 복원하는 이른바 '유산' 마케팅에 나서는 기업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합니다.
지윤수 기자입니다.
리포트
"우리의 자동차가 세계 시장을 휩쓰는 날이 온다고 나는 확신합니다."
현대자동차 그룹 창업주 고 정주영 전 회장이 원대한 포부를 밝힙니다.
마치 고인의 생전 목소리 같지만, 사실 AI가 재현해 낸 그의 육성입니다.
"안 닮았어."
자기 흉상을 보며 "자신과 다르다"고 농담하는 SK 고 최종현 전 회장.
IT가 강점인 SK는 한발 더 나아가 창업주를 영상으로까지 재현해 냈습니다.
기업들이 되살린 건 선대 회장만이 아닙니다.
'딸깍', '딸깍' 버튼을 눌러 켜고 껐던 1960년대 선풍기.
LG가 옛 사명 '금성', '골드스타' 이름으로 내놓은 한정판 제품이 화제가 된 데 이어, 중견기업 신일은 60년 세월을 뛰어넘어 구형 디자인 선풍기를 시장에 내놨습니다.
[임승철]
"할머니 집에서 본 것 같고‥ '응답하라 1997'인가요? 거기서 추억을, 레트로를 하는 프로그램이 무척 많았잖아요. 그래서 그런지 더 친숙하게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현대자동차는, 50년도 더 된 1974년 '포니'의 디자인을 되살리고 있습니다.
우리 자동차의 전설을 콘셉트 차량에 적용하며, 역사를 미래로 이어가는 겁니다.
창업주를 소환하고, 수십 년 전 제품을 복원하는 '헤리티지', 이른바 유산 마케팅.
중장년층에겐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촌스러운 귀여움'이 젊은 층 눈길까지 사로잡으며, 시장 반응은 호의적입니다.
[이전남]
"사람들은 다 기억을 좋아하잖아요. 한 집에 (선풍기) 하나도 있나 하죠. 그때는‥ 막 돌아가다가도 이게 툭툭 빠지고 막, 그럴 때도 있었는데‥"
기업 입장에선 정통성을 강조하며 내부 결속을 다지는 동시에, 대외적으로는 치고 올라오는 중국 기업들과 차별화하는 효과도 있습니다.
LG는 퀄컴 CEO에게 1959년 국내 첫 라디오를 복원해 선물했고, 퀄컴 CEO는 "매우 의미 있는 선물"이라고 감사 인사를 남기기도 했습니다.
경제가 어려운 요즘.
회사를 일군 창업주를 떠올리고 한참 커 가던 시절 제품을 재현하는 기업들 움직임에는,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는 바람이라도 담긴 것처럼 느껴집니다.
MBC뉴스 지윤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