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미국 지상파 텔레비전에서 22년 동안 방송된 인기 토크쇼가 갑자기 무기한 중단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진행자가 극우 성향의 트럼프 지지자 찰리 커크의 죽음 이후 벌어진 일들에 대해 트럼프 진영에 비판적인 말을 했는데, 그러자 우리로 치면 방통위원장 격인 대통령 측근이 직접 방송사에 압력을 가하며 벌어진 일입니다.
로스앤젤레스 박윤수 특파원입니다.
리포트
미국 지상파 방송사 ABC의 간판 토크쇼 '지미 키멀 라이브'.
트럼프 대통령과 지지자들이 찰리 커크의 죽음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진행자가 꼬집었습니다.
[지미 키멀(현지시간 지난 15일)]
"(트럼프와 지지자들은) 커크의 죽음을 정치적으로 이용해서 점수를 따기 위해 온갖 방법을 쓰고 있어요."
트럼프 행정부가 커크의 죽음을 반대 세력 탄압의 명분으로 삼은 것을 지적한 말입니다.
그러자 트럼프의 측근인 미국 방송 감독 당국 수장이 직접 나서서 제재를 언급했습니다.
[브렌던 카/미국 연방통신위원회 위원장]
"당국의 허가를 받는 방송사는 연방통신위원회로부터 벌금이나 방송 면허 취소 처분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 발언 이후 ABC는 프로그램의 무기한 중단을 선언했습니다.
평일 오후면 녹화를 앞두고 방청객들로 북적이던 극장입니다.
정문은 굳게 잠겼고 출입을 금지한다는 안내문이 붙었습니다.
22년을 장수해온 역사적인 프로그램이 이렇게 폐방 위기에 처한 것입니다.
미국인들은 수정헌법 1조로 보장된 표현의 자유가 공격당했다며 트럼프를 지목했습니다.
[카일 엥버그]
"이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반대 세력을 잠재우려는 정치적 의도가 깔린 권력 행위입니다."
커크의 사망 이후 '좌파와의 전쟁'을 선포한 트럼프 대통령이 대대적인 언론 탄압에 나설 것이라는 우려는 현실이 됐습니다.
[척 슈머/미국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
"(프로그램이 중단되는 것은) 민주주의 국가가 하는 일이 아닙니다. 독재 국가에서나 벌어지는 일입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비판 언론을 제재할 것이라고 아예 선언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미국 대통령]
"(저를 비판하는 언론들의) 면허를 취소하는 게 맞지 않나 싶고, 그 판단은 브렌던 카 연방통신위원장에게 맡겨야 할 것 같아요."
앞서 그는 대선 당시 비판 보도를 했다는 이유로 뉴욕타임스를 상대로 21조 원에 달하는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습니다.
토크쇼를 중단한 ABC 방송에 축하를 전한다고 했던 트럼프는, 표현의 자유라고 하든 말든 지미 키멀은 무능해서 해고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로스앤젤레스에서 MBC뉴스 박윤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