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현대차와 LG가 합작해 미국 조지아주에 짓고 있는 배터리공장에서 갑작스런 단속으로 한국인 3백 명 이상이 체포됐습니다.
일단은 전자여행허가제를 통해 출장 간 이들의 체류 자격이 문제가 된 걸로 보이는데요.
우리나라가 일본에 이어 미국과 협상한 자동차 등의 관세 명문화를 앞두고 있는 시점인데, 글로벌 기업에 대한 대규모 단속이 이뤄진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박윤수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리포트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 공장 '메타플랜트'.
이민세관단속국 요원들이 갑자기 들이닥칩니다.
현대차그룹과 LG에너지솔루션 합작 법인의 대규모 배터리공장 건설 현장인데, 불법 체류자를 단속하겠다며 급습한 겁니다.
현장에는 수백 대의 차량과 군용 험비, 헬기까지 등장했고, 국토안보수사국 요원들과 경찰도 동원됐습니다.
[현장 직원]
"거의 1초 동안 '우리가 미국에 있는 건가?' 싶었어요. 저는 한 번도 이렇게 총을 뽑아 들고, 헬리콥터가 나오는 걸 본 적이 없어요."
복면을 쓰고 무장한 요원들이 사무실 안으로 들어오자 직원들은 불안한 표정을 감추지 못합니다.
[국토안보수사국 요원]
"현장 전체에 대한 수색을 진행 중입니다. 즉시 건설 작업을 중단하고, 지금 바로 모든 업무를 종료하십시오."
단속국은 현장 직원들을 길게 줄 세우고 한 명씩 신분증과 비자 등을 조사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현장 직원]
"우리는 차례를 기다렸다가 그들에게 신분증을 주고 신원 조회를 하게 한 다음에, 그들이 가라고 하면 가야 했습니다."
단속을 도운 미국 주류·담배·총포 담당국 애틀랜타 지부는 "불법체류자 약 450명을 체포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체포된 사람들 가운데 한국인이 무려 3백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현지에서 채용된 한국인도 있지만, 한국에서 현지로 출장 간 본사 직원과 협력업체 직원들도 대거 포함됐습니다.
대부분 전자여행허가제, ESTA를 통해 입국한 뒤 현장에서 업무를 본 것을 두고 '체류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체포한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 연방당국은 법원이 적법하게 발부한 수색영장을 집행한 거란 입장입니다.
[스티븐 스트랭크 홈랜드/애틀랜타 보안수사국 특별요원]
"우리는 서류가 미비한 자들을 많이 체포하고 있습니다."
체포된 이들은 대부분 조지아주 폭스턴의 구금 시설로 연행됐습니다.
주애틀랜타 한국총영사관은 변호인단을 꾸려 한국인들이 구금된 시설을 방문해 영사조력을 제공할 예정입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그동안 농장과 식당, 호텔 등에서 산발적으로 이민자 단속을 벌여왔습니다.
그러나 이번처럼 글로벌 기업을 상대로 한 대규모 단속은 처음 있는 일입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대미 투자유치 성과를 홍보했던 공장을 겨냥한 단속이란 점에서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됩니다.
현대차는 지난 3월 총 210억 달러, 우리돈 약 31조 원 규모의 대미 투자 계획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로스앤젤레스에서 MBC뉴스 박윤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