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포트
경북 의성 고운사입니다.
지난 3월 산불로 전각은 물론이고 사찰 숲까지 큰 피해를 입었습니다.
불이 꺼진지 넉달이 지난 지금은 어떤 모습일까요?
그리고 또 앞으로 어떻게 복원해 나가는 것이 좋을까요?
고운사에서 산불 피해지 복원 방안에 대해서 고민해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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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커멓게 탄 산 깊숙한 곳.
고운사가 있습니다.
천년이 넘는 역사를 갖고 있지만 지난 3월 큰 산불 피해를 입었습니다.
국가유산을 포함한 건물 여러동이 불에 탔고, 약 250헥타르, 축구장 350개 크기에 달하는 넓은 숲도 피해를 입었습니다.
이렇게 산불 피해가 발생하면 많은 곳에서 불에 탄 나무를 베어내고 다시 어린 나무를 심는 이른바 인공복원이 진행됩니다.
하지만 고운사는 불에 탄 숲을 그대로 두기로 했습니다.
'자연복원'을 선언한 겁니다.
[등운 스님/고운사 주지]
"우리 환경은 전체가 바위산입니다. 굉장히 열악한 환경에서 인위적으로 식생을 (조성) 해서는 살아남을 수 없어요. 그래서 이 자연한테 맡겨두는 게 제일 좋겠다."
불에 탄 숲으로 들어가 봤습니다.
"소나무는 물론이고 그 아래 작은 활엽수들까지 다 불에 탄 매우 강한 산불 피해를 입은 지역이거든요."
그런데 보면은 밑에서 되게 많은 풀들이 올라왔죠.
이 작은 활엽수들도 밑에서부터 몇 달 사이에 많이 올라와서 자라기 시작했습니다.
벌써 어른 키만큼 자란 물푸레 나무도 있습니다.
[최진우/박사·서울환경연합 전문위원]
"이 소나무 숲 아래에는 이 땅 속에 그만큼 활엽수를 틔워낼 수 있는 나무 뿌리와 양분이 충분히 있다고 볼 수 있는 거죠."
불탄 숲에선 여러 야생동물들이 확인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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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불과 산사태 피해가 이어지며 조림을 통한 복원과 임도 건설, 솎아베기 등 인위적인 방식의 산림 관리에 대한 의구심은 커졌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지난달 29일, 국무회의)]
"산불·산사태 그다음에 산림 관리 방안. 사실 논쟁이 되게 많은 사안이에요. 그죠?"
대통령 지시로 과학적 검증과 재평가를 위한 토론회가 진행됐지만 입장은 팽팽했습니다.
[최병성/기후재난연구소 상임대표]
"심지어 북한마저 산불이 줄어들고 있습니다. 그런데 유일하게 산불이 증가하고 있는 나라는 대한민국입니다. 이것은 기후 변화가 아니라 다른 원인이 있다."
[박현/서울대 객원교수(전 국립산림과학원장)]
"식목이 애국이기 때문에 벌목이 매국이에요. 이런 잘못된 프레임에 갇혀 있어서 나무를 못 쓰게 해. 그런 형태가 되다 보니까 계속 숲은 산불 잘 날 수 있는 상황으로 바뀌어 간다는 거죠."
토론장에서는 수차례 고성이 터져 나왔습니다.
"우리 임업인들을 배제하고, 대통령도 마찬가지입니다. 저희들 이해당사자라고 빼시고요. 왜 임업인들의 얘기를 안 들으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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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를 줄이기 위한 정확한 원인 진단이 시급하지만 입장차는 좀처럼 좁혀질 것 같지 않습니다.
이런 논란 속에 시작된 고운사의 자연복원.
이 과정은 여러 학자들이 모니터링해 연구 보고서도 만들 예정입니다.
고운사의 숲은 과연 우리에게 어떤 길을 제시해 줄까요?
MBC뉴스 김민욱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