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폭염이 지속되면 벼가 익는데 어려움이 생기고 쌀의 품질 저하로 이어질 수 있는데요.
기후 위기 시대에 적응하기 위한 시도로, 동남아에서 키우는 쌀알이 가늘고 긴 형태의 '열대벼'를 재배하는 농가가 등장했습니다.
서일영 기자가 현장에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전남 해남에 있는 친환경 벼 재배단지.
축구장 140개 크기에 달하는 이곳에서 눈에 띄는 벼가 자라고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먹는 찰지고 둥근 '자포니카 품종'이 아닌 길고 가는 낟알을 가진 '인디카 품종', 즉 열대벼입니다.
흔히 동남아에서 키우는 장립종 벼는 자랄 때는 이렇게 일반 벼보다 옆으로 두툼하게 자라지만 낟알은 2배 이상 얇고 길쭉한 게 특징입니다.
기후변화는 물론 늘어난 국내 외국인 수요에 대응하면서 가공밥 수출시장 진출까지 기대하고 있습니다.
[윤영식/땅끝황토친환경영농조합 대표]
"지금 이제 10여 개 정도의 품종을 계속 시험 재배하고 있고요. 그중에 2개 품종은 이제 상업화가 가능한 그런 시점에 이르렀습니다."
이같은 사업 확대에는 최근 일본의 쌀값 폭등 현상도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입니다.
밥쌀 공급 과잉에 대응해 1970년대부터 벼 재배 면적을 줄여온 일본.
하지만 2년 전 가을, 밤낮없이 이어진 기록적 폭염으로 벼가 여물지 못하면서 1등급 쌀 유통량이 20%가량 급감했습니다.
실제로 국내에서도 지난해 9월은 역대 가장 더웠습니다.
벼가 여물어야 할 시기에 밤낮없는 고온이 이어지면서 쌀 품질은 떨어졌고, 올해도 반복될 가능성이 큽니다.
기후변화가 가속화되면서, 남은 농지를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한 고민이 나날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MBC뉴스 서일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