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사법개혁안을 논의하기 위해 한자리에 모인 전국 법원장들이 7시간의 마라톤 회의 끝에 공식 입장을 내놨습니다.
헌법을 유린한 12.3 내란에 끝내 침묵했던 법원장들이 자신들과 관련된 개혁안은 신속하게 한목소리를 낸 겁니다.
그동안 사법부 내에서 긍정적으로 검토해온 일부 내용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핵심 개혁안에 대해 사실상 반대 의견을 냈는데요.
사법불신을 불러온 법원의 여러 행태에 대해서는 어떤 자성의 목소리도 없었습니다.
구민지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7시간에 걸쳐 이어진 회의에서 법원장들은 "사법개혁 논의에 사법부가 필수적으로 참여해야 한다"는 데 뜻을 모았습니다.
5대 사법 개혁안 중에서는 2개 안에만 대체로 찬성했습니다.
압수영장 발부를 결정하기 전 관련자를 심문할 수 있게 하자는 것, 그리고 하급심 판결문을 더 많이 공개하자는 방안입니다.
사법부가 그동안 추진해온 방향과 일치하는 안들입니다.
하지만 다른 3가지 사안에 대해선 사실상 반대했습니다.
먼저 대법관 수를 늘리는 건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대법원 판단을 받기 전 절차인 1심과 2심을 충분히 지원하는 게 더 먼저라는 겁니다.
대법관 후보 추천위원회를 개편하는 건 사법권의 독립이 침해될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기존에 있는 위원회를 적정하게 운영하면 된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법관 평가를 외부에 맡기는 안에 대해서도 대다수 판사가 사법권 독립이 침해된다며 사실상 반대했습니다.
공식 안건은 아니었지만, '내란특별재판부'를 만드는 것도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법원행정처는 앞서 "위헌 소지가 있다"는 의견을 국회에 제출하기도 했습니다.
[이범준/서울대 법학연구소 연구원]
"지귀연 재판부가 위헌적으로 재판을 진행하고 있다는 비판을 상당히 많이 받고 있고… 법원장을 모아서 얘기를 하고 판사들을 설문해서 이거 마음에 안 든다고 얘기할 정도면 그 전에 자기 안에 있는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는…"
이번 법원장회의는 임시 회의라는 형식으로 보면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회의 이후 3년 반 만에, 사법 불신과 직결된 사안
때문에 따로 열렸다는 성격으로 보면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사법 농단 의혹 때문에 법원장들이 모인 이후 7년 만에 열렸습니다.
여권이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3가지 개혁안에 대해서 사실상 사법부가 반대 의사를 밝히는 단체행동을 한 셈입니다.
MBC뉴스 구민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