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일을 하다 다친 배송기사에게, 대체 인력 비용 이른바 '용차비'를 떠넘기는 쿠팡의 불공정 조항 보도해 드렸죠.
'택배 없는 날'에도 쿠팡의 로켓배송은 멈출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었습니다.
쓰러져 119에 실려 가고도 용차비 부담에 다시 일을 나갈 수밖에 없는 건데요.
대리점들은 이 모든 건 배송률을 못 채우면 구역을 날려버리는, 본사의 '클렌징' 압박 때문이라고 주장합니다.
차주혁 노동전문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서울 제기동, 쿠팡에선 '614 라우터'로 불립니다.
614 라우터 A·D 구역은 박경민 씨, B·C 구역은 이남우 씨 담당입니다.
박경민 씨가 배송 중 골절상을 입자, 대리점은 대체 인력 '용차'를 투입했습니다.
그래도 일손이 모자라자 대리점은 이남우 씨의 휴무도 하루 줄였습니다.
[이남우/쿠팡 ㅁㅁ대리점 근무]
"옆에 하시는 분이 부상을 당해서 못 나오는 거 용차비로 다 내고 있는 걸 아는데, 그걸 '난 못하겠다. 저 이틀 쉬어야겠다'라고 말을 못해요."
그런데 박경민 씨 사고 닷새 뒤, 이남우 씨도 배송 도중 가슴 통증으로 쓰러져 119에 후송됐습니다.
부정맥 진단을 받고 외래 진료를 잡았지만, 용차비가 아까워 제때 가지 못했습니다.
[이남우/쿠팡 ㅁㅁ대리점 근무]
"'용차'를 써야 되는데 그건 어차피 제 돈을 내야 되는거니까 '그냥 다음에 평일에 쉴 때 가지 뭐' 해서 딜레이를 시킨 거거든요."
결국 3주 뒤 다시 119.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한 사이 상태는 악화됐고, 끝내 심장판막을 교체하는 큰 수술로 이어졌습니다.
[이남우 씨 아내]
"수술하시는 의사분이 '무슨 일 하시냐'고 그래서 '택배한다' 그랬더니 '아~' 이러시더라고요."
당장 수술비 8백만 원이 급해, 대리점에 밀린 수수료 1천여만 원을 정산해 달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끝내 돈을 받지 못해, 빚까지 내야 했습니다.
[이남우/쿠팡 ㅁㅁ대리점 근무]
"회사에 전화를 했더니 '용차비' 정산이 돼야 된다. 사람 구할 때까지 제 돈을 다 까는 거야."
CJ대한통운 등 주요 택배사 계약서엔 '용차비'라는 용어 자체가 없습니다.
2021년 과로사 방지를 위한 사회적 합의로, 표준계약서를 도입하면서 불공정 약관을 없앤 겁니다.
당시 쿠팡은 택배사가 아니라고 주장하며, 이 합의에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쿠팡 대리점은 전국 500여 곳.
MBC가 확보한 쿠팡 대리점 계약서 10건 중 8건에 '용차비는 배송기사가 부담한다'는 조항이 있습니다.
대리점들은 쿠팡 본사의 배송구역 회수, 이른바 '클렌징' 압박이 여전하기 때문이라고 항변합니다.
할당된 배송률을 채우지 못하면 언제든 구역을 잃을 수 있다는 겁니다.
[대리점 관계자/박경민 씨 통화 녹취 (음성변조)]
"<아직도 '클렌징'이 있는 건가요?> 그럼요. 쿠팡 자체에서 그렇게 하지 않으면 저희가 왜 다치신 분한테 용차비 얘기를 하면서, 저희가 그렇게 할 필요가 없는 거죠. 쿠팡 CLS에서 라우터(배송구역)를 '클렌징' 시키면 저희는 라우터 날리는 수밖에 없잖아요."
쿠팡은 '언제든 쉴 수 있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쉬려면 돈을 내야 하는 게 현실입니다.
8월 14일 '택배 없는 날'에도 멈추지 못한 노동, 쿠팡 614 라우터에서 그 모순이 드러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