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극우 성향 교회들은 작년 말부터 이어진 내란 국면에선 유독 청년들을 강조하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극단적인 편향으로 점철된 토론회를 열면서도, 청년들의 이야기를 듣는 행사라 홍보하고, 청년들을 앞세워 교회 이름으로 특정 후보를 지지하기도 했는데요.
이유가 뭘까요.
이동경 기자입니다.
리포트
지난달 서울의 한 대형교회.
연단에 나온 인사들이 쏟아내는 음모론적 주장에, 호응이 끊이지 않습니다.
[장재언/전 기무사 전산과장 (지난달 17일)]
"이게 바로 사기 선거고, 부정 선거지요? <네!> 우리 국민들은 다 알고 있는데, 가짜 대통령과 가짜 국회의원 때문에 저희들은 힘이 없습니다. 할 수가 없죠, 그렇죠? <맞습니다!>"
전직 대통령을 향한 날 선 발언에도 '아멘'이란 화답이 돌아옵니다.
[심하보/목사 (지난달 17일)]
"문재인 대통령이 신영복이를 존경한다 그러더라고요. 그래서 내가 뭐라 그런지 아세요? '문재인이 찍은 사람 손 다 잘라!' 그랬어. <아멘!>"
여느 극우 집회를 연상케 하는 모습.
청년 신자들과 대화하겠다며, 교회가 마련한 특별행사였습니다.
부산의 한 대형교회는 아예 지난 대선 기간 청년들을 앞세워 김문수 후보 지지운동을 펼쳤습니다.
"청렴결백! 자유민주주의! 김문수 화이팅!"
한 보수성향 원로 목사는 윤석열 지키기에 나선 청년들이 당시 여당보다 낫다며 한껏 치켜세웠습니다.
[김진홍/목사 (지난 1월)]
"미안하지만 국힘 얘기는 안 해주는 게 좋겠어. 그 청년들 그렇게 나와서 떠는데 이것들은 몇 명 나오지도 않았어."
청년들을 이단에 빠트리지 않겠다던 한 교회 전도사의 유튜브 채널엔 각종 정치 영상만 잔뜩 올라와 있습니다.
[김영현/하나님얼굴구하는교회 전도사 (지난 11일)]
"아주 오래전부터 부정 선거를 만들면서 이 모든 일을 계획하면서 구축했던 인물들이 있어요. 그게 누구예요? 그다음 장에 보면 김민석이랑 그 형이잖아요."
이처럼 보수 교계가 청년을 눈에 띄게 강조하고 있는 건, 교회들이 처한 현실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지난 2014년부터 2021년 사이 60대 이상의 개신교 신자 비율은 거의 그대로였지만, 20대는 4%p나 줄어 10%대 초반에 그쳤습니다.
신자 고령화와 젊은 층의 이탈 속에서 보수화된 청년들을 새 포교 대상으로 포착했을 거란 설명입니다.
[김디모데/평화나무 기독교회복센터 목사]
"지금 교회 내부에 20대들이 계속 빠져나가고 없다는 것 자체는 목회자들도 인지를 하고 있어요. 그 교회 입장에서는 얘네들 외롭게 이렇게 두지 말고, 기독교인으로 만드는 게 좋지 않을까."
교회 일각에선 극우화된 교회가 신자들의 이탈을 더욱 부채질할 거라고 비판하고 있지만, 별다른 주목을 받진 못하는 실정입니다.
MBC뉴스 이동경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