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사실 '김건희'라는 이름에 대한 경고음은 윤석열 정권 시작 전부터 울렸습니다.
그러나 정권의 가운데서 그의 이름은 금기였고, 역린이었습니다.
김건희 구속이 갖는 의미를 김희웅 논설위원이 분석해 드립니다.
리포트
그는 검은색 옷을 입었습니다.
처음으로 사과를 할 때,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고 할 때, 구치소에 갇히기 전 마지막 항변에 나설 때도 그랬습니다.
검은 옷은 그러나 견고한 거짓을 덮지 못했습니다.
고개를 숙였지만 허위를 감추고 있는 공손한 형식은 농락과 같았습니다.
말하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그 말이 거짓임을 알았습니다.
거대한 '거짓덩어리'였습니다.
박절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가 쪼만한 파우치를 거절하지 않았던 사건은 빙산의 조각 하나에도 미치지 못했습니다.
명품 가방에서 다시 시계와 목걸이로 이어지면서 그가 보여주고 있는 욕망의 민낯은 속물 드라마의 주인공에 맞는 것이었습니다.
김건희는 주연이었고 그러나 드라마 밖에 있었고 무대는 국가였습니다.
대한민국 정치와 외교, 인사의 뒷무대에서 권한을 행사하고 이를 자신과 가족의 이익과 연결시킨 의혹이 있습니다.
김건희에게 대한민국은 쉬웠습니다.
뇌물과 이권을 챙기는데 쉬웠고 벌을 피하기 위해 죄를 지우려는 데 쉬웠습니다.
국민에게 엄중했던 법은 그 앞에선 이중적이어서 그는 법 앞에서 특별우대권을 행사했습니다.
그를 방어하는데 국가의 제도가 동원됐습니다.
지난 겨울 헬기를 국회로 날아들게 한 것이 그를 지키기 위해서였다는 세간의 말처럼, 그는 어쩌면 가장 대한민국을 위협한 사람이었습니다.
이제와 자괴스러울지언정, 국민이 선출해 권한을 위임한 이는 전직 대통령 윤석열이었습니다.
대통령 부인 김건희는 김건희 씨도 김건희 여사일 수도 있지만, 이제 궁지에 몰린 자신이 스스로 찾아낸 답안처럼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어야 했습니다.
권한을 부여받지 않은 사람의 막후 권력은 탐욕을 좇았습니다.
수치를 알지 못했기에 거침이 없었습니다.
경고는 대통령의 부인이 되기 전부터 나왔지만, 비선실세와 국정농단이라는 선례도 오래되지 않았지만.
그러나 김건희는 금기어였습니다.
그의 행보에서 곳곳에 먼지가 일었지만 김건희는 건드리지 못하는 역린이었습니다.
위험을 알리는 북은 찢겨져 있었습니다.
자랑스러운 K- 의 나라 대한민국에서 전직 대통령 부부의 동시 구속이라는 뉴스는 해외로 긴급 타전됐습니다.
그가 감춰왔던 모습을, 하나씩 뽑혀 나오는, 길게 뻗쳐진 의혹의 뿌리들을 확인할 시간이 오고 있습니다.
MBC뉴스 김희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