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중국의 작은 도시에서 발생한 10대 소녀의 학폭 사건이 대륙을 들끓게 하고 있습니다.
경찰이 사건을 대충 무마시키자 분노한 시민들이 들고일어났는데 이걸 특공대가 무참히 진압하면서, 체제에 대한 중국인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는데요.
베이징 이필희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리포트
웃옷이 벗겨진 여학생을 다른 학생 여럿이 손발 나가는 대로 무차별로 구타합니다.
몸이 날아갈 만큼 발길질을 하더니 긴 막대까지 휘두릅니다.
"경찰에 신고할 거야, 진짜 할 거야. 〈경찰에 열 번도 넘게 갔는데 맨날 20분도 안 돼서 나왔어~〉"
신고 2주 만에 나온 경찰 발표는 "경미한 부상".
장애인 부모가 무릎을 꿇고 빌며 가해자들의 엄벌을 애원했지만, 사건은 그대로 끝나는 듯했습니다.
그런데 이 영상에 조용했던 장요우시가 발칵 뒤집혔습니다.
수천 명의 시민들이 거리로 나와 제대로 수사할 것을 촉구하는 집회를 시작한 겁니다.
공권력이 절대적인 중국에선 보기 드문 광경.
진압에 나선 경찰은 가축운반용 트럭까지 동원해 저항하는 시민들을 마구잡이로 체포했습니다.
[집회 참가자]
"(이 어르신을) 체포하려는 거 아니냐고! 〈너 정말 이럴래? 체포해!〉"
곤봉으로 패고 질질 끌고 가고 학교 폭력 진상조사를 넘어 "민주주의를 돌려달라"고 외치던 시민들을 무자비하게 진압하면서 결국 집회는 해산됐습니다.
그러나 끝이 아니었습니다.
지난 주말 영국 런던의 중국 대사관 앞.
중국인 수십 명이 '민주·자유·문명'이라고 적힌 셔츠를 입고 중국 공산당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습니다.
고향에서 벌어진 인권유린에 베를린과 뉴욕, 도쿄 등 세계 각지에서 반체제 단체를 중심으로 연쇄적으로 시위에 나선 겁니다.
[양루후이/중국 청년 운동가]
"함께 서서 단결하고 괴롭힘과 폭정에 저항해야 합니다!"
쌓이고 곪아온 체제에 대한 불만이 학폭 사건으로 터져 나왔다고 현지 언론들은 분석했습니다.
반중 단체들은 3년 안에 비폭력 '민족저항운동'을 시작할 것이라며, 권위주의 정권을 전복해야 중국이 경제와 사회의 어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베이징에서 MBC뉴스 이필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