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방에 ‘단풍잎 국기’ 붙이는 ‘플래그 재킹’ 재등장 워싱턴주 블레인에 있는 캐나다 -미국 국경 검문소.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여행객들이 해외 여행지에서 가방 등 소지품에 ‘단풍잎 국기’를 달고, 캐나다인 행세를 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재출범한 이후 고조된 반미 정서를 회피하고, 우호적인 서비스를 받으려고 미국인들이 자기 국적을 속이는 ‘플래그 재킹( flag   jacking ·깃발 속이기)’을 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CNN 방송이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방송 사례를 보면 미국 뉴욕 출신의 33살 여성은 도미니카공화국 여행 중 미국인이란 사실을 드러냈다가 여러 번 봉변을 당하고선 앞으로 여행지에서 캐나다인으로 신분을 위장하기로 했다.

이 여성은 여행지에서 스포츠 중계방송을 보던 중, 미국팀을 응원하는 바람에 정체가 탄로나고 말았는데, 근처에 있던 캐나다인이 갑자기 시비를 걸어와 느닷없는 말다툼을 벌여야 했다고 한다.

한 택시기사는 미국인 신분을 밝히자 승차를 거부하기도 했다고 이 여성은 전했다.

미시간주 출신의 한 여성은 친구들과 유럽을 여행하던 중에 미국인이란 이유로 여러 차례 조롱을 당한 끝에 결국 캐나다인으로 신분을 위장하는 길을 택했다.

플래그 재킹의 시초는 아프가니스탄, 이라크를 침공한 미국이 국제사회의 집중적인 눈총을 받던 2000년대 초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5년 유명 애니메이션 시리즈 ‘심슨가족’에서 총명한 캐릭터로 등장하는 리사 심슨이 유럽 여행을 나서며 “앞으로 한 주 동안은 난 캐나다 사람이야”라고 말하는 장면이 방영됐다.

재집권한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 영향으로 전 세계에서 반미 감정이 다시 고조되자 약 20년 전 유행이 다시 돌아온 것이다.

미국인들이 플래그 재킹을 해외여행의 ‘꿀팁 ’,  또는 가벼운 농담처럼 취급하고 있지만, 캐나다인의 시각은 전혀 다르다.

미국은 캐나다를 상대로 관세전쟁을 계속하고 있고, 심지어 이 나라를 51번째 주로 강제 합병하겠다고까지 위협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쥐스탱 트뤼도 전 캐나다 총리를 집요하게 공격하기도 했다.

납득하기 어려운 방식으로 캐나다를 공격해놓고, 그런 외교정책으로 거세진 반미 정서를 회피하려고 캐나다 국기를 갖다 쓰느냐는 반발 정서가 매우 크다고  CNN 은 전했다.

캐나다에선 미국인들이 단풍잎 국기를 사용하는 것을 두고서도 문화적 강탈·도용이자 국기에 대한 조롱이며, 캐나다의 선의를 해치고 해외에서 캐나다의 이미지를 훼손하는 일이란 의견이 나온다고  CNN 은 지적했다.

캐나다 문화평론가 토드 매핀은 자신의 유튜브 채널 쇼츠 동영상에서 “미국사람들은 우리가 무슨 예비 여권인 줄 안다”며 플래그 재킹에 대해 “탱크에 ‘아기가 타고 있어요’ 스티커를 붙이는 것과 같다”고 비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