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처음으로 "유감"‥투자 위축 겁나 성의 표시? (2025.09.14/뉴스데스크/MBC)

앵커

미국 조지아주에서 벌어진 한국인 집단 구금사태의 후폭풍이 거셉니다.

구금됐던 한 근로자가 안에서 몰래 쓴 구금일지가 공개됐는데요.

내용이 상당히 충격적입니다.

수갑과 케이블타이로 결박된 채 지린내가 진동하는 호송차에 태워졌다.

곰팡이 핀 매트에 수건 하나 없이 72명이 한 방에서 자야했다.

무작정 적으라며 들이민 서류는 외국인 체포영장 서류였다.

이처럼 참담했던 증언이 잇따라 공개되면서 한국 내 여론이 악화되자 미국이 처음으로 유감의 뜻을 밝혔습니다.

한미 관세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는 상황을 의식한 것으로 보입니다.

장현주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미국 국무부 부장관 크리스토퍼 랜다우가 우리 국민이 미국 조지아주에서 당한 구금 사태에 대해 "깊은 유감"의 뜻을 밝혔습니다.

외교부는 방한 이틀째인 랜다우 부장관이 오늘 1차관을 만나, 깊은 유감 표시와 함께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고 전했습니다.

구금사태 열흘 만에 미국 정부 차원에서 유감 표시가 처음 나온 겁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도 이 문제에 높은 관심을 갖고 있다"면서, "한국 기업들이 미국 경제에 기여하는 바가 크다", "비자 등의 협의를 빠르게 진행하자"며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습니다.

이틀 전 미국 상무장관이 "현대차는 잘 좀 하라"고 말했던 것과 사뭇 달라진 태도입니다.

[하워드 러트닉/미국 상무장관(현지시간 11일)]
"아니 현대차, 제발 절차대로 하세요. 그 정도는 알잖아요."

한국 내 대미 여론 악화는 미국에게도 불필요한 부담입니다.

현재 한미 간 통상협상은 한 달 반째 표류 중.

특히 우리나라 1년 GDP의 5분의 1에 육박하는 3500억 달러 대미 투자를 어떤 형태로 할지에 대해 의견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미 상무장관을 만나러 뉴욕에 갔던 김정관 산자부 장관 역시 별다른 진전 없이 오늘 새벽 귀국했습니다.

미국의 요구대로 문서화하지 않으면 25% 관세를 물릴 거라고 압박하고는 있지만, 미국 입장에서도 호락호락하지 않은 국면인 겁니다.

[이재명 대통령/지난 11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
"미국의 일방적인 관세 증액이죠. 우리가 이익되지 않는 사인을 왜 합니까?"

결국 오늘 늦게나마 자세를 낮춘 배경엔, 경제 활로를 동맹국들의 대규모 투자에서 찾고 있는 상황에서 예상치 못한 갈등을 털고가야 한다는 판단이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한편 구금됐던 우리 국민들의 미국 재입국과 관련해, 랜다우 부장관이 "어떤 불이익도 없을 것"을 확인했다고 외교부는 밝혔습니다.

MBC뉴스 장현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