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한 육군 병장이 동기와 후임병들을 수시로 괴롭혔다는 신고가 접수됐습니다.
선임 웃음소리를 닮았다고, 야구팀이 졌다고 때리는가 하면, 흙탕물을 마시고, 강아지풀을 먹으라고 강요도 했다고 하는데요.
이승지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리포트]
육군 7군단 예하부대의 한 병사가 휴대폰에 작성한 메모입니다.
"응원하는 야구팀이 져서 구타", "선임 웃음소리 닮았다고 구타"라고 적었습니다.
"복부를 배트로 강타"한 뒤 "엄살 부리지 말고, 웃으라고 강요"했다고도 썼습니다.
책임 분대장을 맡고 있는 김 모 병장에게 당한 가혹 행위를 시간과 장소, 목격자까지 기록해 둔 겁니다.
[폭행 피해 병사(음성변조)]
"같은 생활관에 있는 제 동기를 샌드백 원, 투, 스리로 했는데…"
지난 6월 야외 작업을 마친 뒤에는, 드럼통 위에 고여 있던 흙탕물과 주변의 강아지풀을 먹으라고 했다고 했습니다.
[폭행 피해 병사(음성변조)]
"'흙탕물 있다, 좀 마셔봐' 하고, 안 먹는다니까 막 와서 '안 먹냐'고 주먹 쥐고. 이게 등 맞으니까 저도 막 눈물 나올 것 같아서…"
성추행 피해를 당했다는 병사도 있습니다.
다른 병사들을 시켜 두 팔을 붙잡아 못 움직이게 하더니 김 병장이 손가락으로 가슴 부위를 강하게 눌렀다는 겁니다.
이후 공황 장애가 심각해지면서 군 생활이 힘들어졌다는 병원 진단도 받았습니다.
[성추행 피해 병사(음성변조)]
"진짜 불쾌했습니다. 진짜 제 몸인데 이렇게 묶어두고 막 이렇게 만진다는 것 자체가. 아무도 나를 도와줄 수 없구나."
반년간 괴롭힘을 당한 병사들은 열 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가운데 3명이 지난달 군사경찰에 김 병장을 고소했습니다.
수차례 연락에도 답하지 않아 어제 전역한 김 병장을 찾아갔습니다.
[김 모 병장]
"<사과나 이런 말씀하실 생각 없으세요?> ……"
수시로 때린 게 맞는지 묻자 답하지 않았고, 다른 가혹 행위는 부인했습니다.
[김 모 병장(음성변조)]
"<피해자들한테 '흙탕물 먹어라' 또 '강아지풀 먹어라'…> 무슨 말 같지 않은 소리를 해요."
육군 7군단은 "피해자 진술에 대해 김 병장이 인정해 징계 처분을 했고, 김 병장이 전역함에 따라 현재까지 식별한 혐의를 민간경찰에 넘길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