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글) 케데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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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글) 케데헌

최고관리자 0 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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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 디아스포라들의 힘 --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릴리즈된 지 50일 정도 되었다고 한다. 근데도 이 작품이 아직도 짱짱하다. 빌보드에서도, 넷플릭스에서도, 역사상 그 어떤 애니메이션도 달성하지 못한 성적을 내고 있다. 다음 번 아카데미 애니 부문에서 트로피를 들 것이라는 얘기까지 벌써 나온다. 

 

케대헌이 가지는 첫 번째 의미는 "그들"이 만든 한국의 이야기라는 점이다. 정확하게는 외국 자본으로 만들어진 애니 영화다. 지금까지 오징어게임이건 기생충이건, 아무리 큰 히트도 결국 한국에서 만든 것들에 '그들'이 반응하고 열광한 것이었다. 그게 K 컨텐츠였다. 그런데 케대헌은 그 터닝 포인트를 의미한다. 이제는 "그들"이 한국의 이야기를 한국을 배경으로 해서 한국의 소재를 따서 컨텐츠를 만들려 한다는 것이다. 케대헌을 제작한 건 소니이고 릴리즈시킨 건 넷플이다. 한국 자본이 아니고 외국 자본으로 외국 플랫폼에서 만들어지고 배포된 것이다. 이것은 엄청난 의미를 갖는다고 생각한다. 88 올림픽, 약 40년쯤 전에는 제1세계 국가에선 한국이 어딘지 서울이 뭔지를 아는 사람이 드물었다. 지금은 한국적인 음식과 한국적인 소재를 보고 그게 돈이 된다고 생각하고 투자를 결심한다는 것이다. 케대헌이 거둔 공전의 히트를 보고, 앞으로 이런 투자는 더욱 쇄도할 것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두 번째 의미가 더 각별하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K 디아스포라의 힘이다. 바빌론이 팔레스타인을 점령하고 이스라엘-유다 왕국이 몰락, 이후로 유태인들은 뿔뿔이 흩어졌다. 이렇게 세상 이곳 저곳으로 흩어져 갖은 설움을 받으며 살았던 이들을 디아스포라라고 불렀다. 한반도도 식민지와 전쟁의 아픈 역사 속에 그 주민들이 세상 구석구석에 흘러들어 살았다. 

나는 케대헌은 이 K 디아스포라들의 노래라고 생각한다. 비록 외국 자본으로 만들어졌고 대사도 영어이지만, 누가 봐도 케대헌은 한국적인 애니메이션이다. 

주인공 루미는 동료들과 자신이 다르다는 점에 자신없어 하고, 스스로를 밝히지 못한다. 그런 상태로는 어떤 훌륭한 일도 해낼 수 없다고 느낀 루미는 자신이 가진 문양을 드러내고 비로소 빛(밝음)의 힘으로 귀마를 쫓아낼 수 있었다. 루미 역할을 맡은 교포 배우, 아덴 조는 이렇게 말했다. "여자로서, 한국인으로서 멋진 걸 보여주고 싶었다. 어렸을 때부터 인종차별이나 이런 게 많았다. 만약 루미라면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너 자신이 되는 걸 두려워하지 마라." 눈동자 색깔이 다르고, 피부 색깔이 다른 이상 미국에서 태어났다 해도 이방인으로 차별받았음을 이 K 디아스포라들로부터 듣게 되는 것이다.  

어처구니없게도 나 역시 케대헌을 보면서, 루미가 What it sounds like를 부르면서 무대로 나오는 장면에서 눈물이 왈칵 났는데, 그 노래의 가사는 이렇다. "거짓없는 목소리, 이게 바로 나의 소리야. 왜 내 머릿속에 갇힌 색들을 감췄을까. 그 속에 숨은 걸 보여줘, 너의 조화를 찾을께" 

거침 없이 나의 어두운 면을 드러내고 서로가 인정해야 진정한 공동체가 탄생한다는 것, 그리고 그렇게 '우리'가 될 때 함께 사는 세상은 좀 더 나아진다는 것을 표현한 것이다. 이것이 케대헌, K 디아스포라들이 부른 노래의 절정이었다. 

 

감독인 매기 강은 5살 때 캐나다로 이민을 온 교포이자 이민 1세대이기도 하다. 그는 처음에 한국인들이 이 영화를 받아들여줄까를 걱정했다고 한다. 결과는 예측을 훨씬 뛰어넘는 엄청난 성공이었지만, 자신이 케이 팝의 팬이며 케이 드라마의 팬이기 때문에 이런 스토리를 구상할 수 있었던 것이다. 매기 강에게 한국에서 나고 자란 추억은 대단히 흐릿할 것이다. 그러나, 한국인 부모와 함께 한국적 문화를 향유하는 가정에서 자라났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한국의 음식, 한국적인 생활 양식들. 문화들. 한국어. 그는 한국 아닌 곳에 이미 뿌리를 내리고 사는 외국인이 되어 있지만, 끊임없이 어머니의 나라, Mother land를 그리워한다. 그렇지 않았다면, 한국의 노래, 한국의 전설과 설화 (호랑이와 까치...) , 한국을 상징하는 장소와 소품들을 소재로 이런 애니메이션을 구상하긴 불가능했을 것이다. 

어머니의 나라에 대한 사랑과 동경. 그 추억과 기억을 녹여내며 작품의 세계관을 만든 것이다. 그리고 거기에 열정적으로 참여한 K 디아스포라들은 매기와 적극적으로 공명하며 한국적 흥과 재능을 더했다. 

 

음악과 작품의 세세한 디테일들이 형성되는 과정에서 아그네스 리 associate producer가 종횡무진 활약한다. 매기와 마찬가지로 그 역시 어린 나이에 미국 플로리다로 이민 온 교포 자녀이다. 하지만, 그의 부모는 어린 나이때부터 자녀들에게 한국인이라는 자부심을 심어주셨다고 한다. 비록 외국에 발을 딛고 살지만,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을 잊지 않고, 때론 미국인 친구들에게 한국 문화를 존중해 줄 것을 요구하였다고 했다.  

이 작품을 통해, 한국적인 것들을 들고 우리의 디아스포라들이 세계인들을 향해 한국을 보라며 당당히 요구하고 있다. 그리고 그 '어머니의 땅'에 살고 있는 우리들은 그들을 보며 부끄럽지 않아야 할 것같다. 그들이 고향을 사랑하고 추억하는 만큼, 우리도 그들을 결코 잊지 말아야 한다. 헌트릭스의 리더인 루미가 동료들을 먼저 생각하고 챙기려 하는 것처럼, 케대헌을 보는 모든 나라 사람들이 한국적인 '정'의 문화 또한 느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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