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씨 “고의로 구매자들 속였다” 진술
유죄 인정하고 검찰과 ‘플리바겐’ 합의
형기 절반 채우면 ‘한국 송환’도 가능
가상화폐 ‘테라·루나’ 폭락사태의 핵심 인물인 권도형(33) 테러폼랩스 설립자에 대해 미국 검찰이 12년을 구형했다.
그가 입장을 바꿔 자신의 죄를 인정하면서 최고 130년에 달할 수 있었던 형량을 대폭 낮추는 데 합의한 것이다.
또 미국에서 일정 기간 형기를 채운 뒤 한국으로 송환될 가능성도 열렸다.
사기 혐의로 기소된 권도형 씨가 1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남부연방법원에서 열린 심리에서 폴 엥겔마이어 미국 지방법원 판사의 질문에 유죄를 인정하는 모습을 그린 그림. 로이터연합뉴스 |
◆“사죄하고 싶다” 유죄 인정한 권씨
권씨는 1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남부연방법원에서 열린 심리에서 사기 공모, 통신망을 이용한 사기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했다.
권씨는 이날 양손에 수갑을 차고 몸에 포승줄이 묶인 채 법정에 출두했다.
담당판사인 폴 엥겔마이어 연방판사는 유죄 인정 합의 과정에서 강압이 있었는지, 유죄 인정 결과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있는지 등을 권씨에게 물었다.
권씨는 대부분 질의에서 망설이지 않고 유죄 인정의 의미를 잘 알고 있다는 취지로 답변했다.
권씨는 이날 미리 준비한 법정 진술에서 “나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 고의로 사기를 저지르기로 합의했고, 실제로 내 회사인 테라폼랩스가 발행한 암호화폐 구매자들을 속였다”라고 말했다.
이어 “(1달러) 연동 회복 과정에서 트레이딩 회사의 역할을 공개하지 않음으로써 왜 연동이 회복됐는지에 대해 거짓되고 오해의 소지가 있는 설명을 했다”며 “내 행위에 사죄하고 싶다. 나는 내 행위에 완전한 책임을 진다”라고 했다.
지난해 3월 몬테네그로에서 붙잡힌 권도형 테라폼랩스 설립자가 경찰에 의해 이송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
권씨가 유죄를 인정한 사기 공모(5년) 및 통신망을 이용한 사기(20년) 죄의 합산 최대 형량은 총 25년형이다.
검찰은 ‘플리 바겐’(유죄인정 조건의 형량 경감 또는 조정) 합의에 따라 추가 기소 없이 권씨에게 최대 12년 형을 구형하기로 했다.
또
1900만 달러(약 265억원)와 그 외 다른 일부 재산을 환수하기로 했다.
이와 별개로 앞서 권씨와 테라폼랩스는 미 증권거래위원회(
SEC
)가 제기한 민사소송에서 44억7000만 달러(약 6조2000억원) 규모의 환수금 및 벌금 납부에 합의한 바 있다.
합의에는 최종 형량의 절반을 복역하고 플리 바겐 조건을 준수할 경우 권씨가 국제수감자이송(
international
prisoner
transfer
) 프로그램을 신청할 수 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는 권씨가 한국행을 신청할 경우 형기 절반을 한국에서 보낼 수 있음을 의미한다.
권씨는 미국 내 형사재판과 별개로 한국에서도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입건된 상태다.
뉴욕 남부연방법원 모습. 연합뉴스 |
◆“美서 100년형” 피해자들 환영했는데…‘반전’ 구형
2022년 테라·루나 폭락 사태가 발생한 뒤 권씨는 이듬해 2월 증권거래법상 사기 혐의로 미 금융당국에 고발당했다.
그가 초래한 손실은 총 400억달러(약 59억6000억원)으로 추산됐다.
권씨는 도피생활 중 2023년 3월 몬테네그로에서 붙잡혔다.
한국에서는 경제사범 최고 형량이 40년이지만 미국에서는 100년 이상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당시 국내외에서는 그가 미국에서 재판을 받도록 해야한다는 여론이 주를 이뤘다.
권씨 자신은 한국에서 재판 받기를 희망했지만 법정 공방 끝에 결국 미국으로 이송됐다.
뉴욕 남부연방지검은 권씨를 증권사기, 통신망을 이용한 사기, 상품사기, 시세조종 공모 등 총 8개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미국 법무부는 이들 혐의가 모두 유죄로 인정되면 권씨가 최대 130년 형에 처해질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권씨는 지난 1월 초 기소인부심리에 출석해 자신이 받는 범죄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그러나 이후 형량을 줄일 목적으로 죄를 모두 인정하고 검찰과 합의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서는 유죄를 인정하면 형량이 크게 줄어드는 경우가 흔하다.
허위 채권을 판매해 투자자들에게 4억 달러(약 5300억원)의 손해를 입힌 혐의로 2008년 붙잡힌 로펌 대표 마크 드라이어는 최대 145년형까지 받을 수 있었으나 유죄를 인정한 뒤 20년형이 확정됐다.
권씨 선고 공판은 오는 12월 11일 열릴 예정이다. 최종 형량은 판사가 결정하는 만큼 판사 재량에 따라 최종 형량이 검찰 구형량인 12년형보다 높아질 가능성도 남아있다.
130년형 받을 줄 알았는데 12년 구형 ‘반전’… 권도형 형량 왜 줄었나 [미드나잇 이슈]
스테이블코인 '테라 USD' (이하 테라) 발행 관련 등의 혐의로 미국에서 형사재판을 받고 있는 권도형 테라폼랩스 설립자가 유죄를 인정할 것으로 전망된다.
권씨가 내년 이후에야 결론이 나오는 정식 재판 절차를 포기하고 갑자기 자신의 유죄를 인정하는 것으로 입장을 바꾸면서 권씨가 사면을 노리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들 혐의가 모두 유죄로 인정되면 권씨는 최대 130년형에 처할 수 있다.
권씨의 범죄혐위를 강하게 밀어붙인 검찰 지휘부가 교체된 점도 권씨의 재판에 큰 영향을 줄 전망이다.
지난 5월에 권씨 사건 수사에 참여하고 이후 공소 유지에서 핵심 역할을 맡았던 연방검사 1명이 검찰을 떠나 로펌에 합류했다.
검찰 지휘부도 트럼프 행정부 인사로 교체됐다.
제이 클레이턴 전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이 뉴욕 남부연방지검장으로 취임하면서 검찰 지휘부도 트럼프 행정부 인사로 교체됐습니다.
업계 일각에선 권씨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사면을 요구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미 의회가 지난달 스테이블 코인의 규제 틀을 마련하는 '지니어스법'(Genius Act)을 통과시킨 것도 권씨 측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진단이다.
ㄴ 이건 어제 뉴스
역시 트럼프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