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우리에게는 광복, 일본에게는 패전 80주년인 올해.
전쟁 범죄에 대한 반성과 성찰이 있어야 할 일본에선, 오히려 극우 세력의 돌풍이 거세지고 있습니다.
극우 정당은 특히 외국인에 대한 배제와 혐오를 양분으로 성장하고 있는데요.
당연히 한일 관계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겠죠.
도쿄에서 신지영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리포트
도쿄에서 북서쪽, 차로 두 시간여를 달리면 군마현 오오이즈미마치에 도착합니다.
인구 4만 명의 작은 지자체인 이곳은 일본 내에선 외국인 마을로 유명합니다.
인구의 약 22%는 외국인이고, 그중 절반 이상이 브라질 혹은 페루 국적을 갖고 있습니다.
외국인들이 경제를 이끄는 지역입니다.
[주민/브라질 국적]
"(일본 산 지) 15년 됐어요. <하시는 일은요?> 파나소닉에서 일합니다."
그런데 이런 곳에서 외국인 배제를 주장하는 극우 성향의 참정당 후보가 지난 선거에서 최다 득표하는 일이 일어났습니다.
'일본인 퍼스트'가 현실과 동떨어진 소리라는 주민들의 목소리는 크게 반영되지 않았습니다.
[이토이 마사노부/오오이즈미마치 국제교류회장]
"(30년 전엔) 중소기업은 구인난이 심했습니다. 거기에 일본계 외국인들이 와서 일하게 된 거예요."
대신, 인기 극우 유튜버 출신이 당대표인 참정당의 주무대, SNS에선 혐오와 차별의 목소리가 쉽게 힘을 얻었습니다.
가미야 대표의 연설 영상엔 '8월 15일 가족과 함께 야스쿠니에 참배할 것"이란 극우 성향 지지자들의 댓글이 가득합니다.
[참정당 지지자]
"일본을 열심히 생각해 주고 있구나 싶어 기쁩니다."
3년 전 1석에 그쳤던 참정당은 지난달 참의원 선거에서 14석을 얻으며 빠르게 세를 불렸고, 이후 여론조사에서는 창당 5년 만에 자민당에 이어 지지율 2위 정당으로 올라섰습니다.
패전 80년인 올해 분명한 현실이 된 극우의 약진은 일본의 위기로도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시라토리 히로시/호세이대학 교수]
"일본 정치의 보수화, 더 나아가 우경화를 주변국가에서 우려하는 건 당연한 수순입니다."
[참정당 반대 시민]
"대일본제국헌법 시절로 되돌리려 하고 있어요. 전쟁이 나고 말 겁니다."
극우 정당의 이같은 빠른 성장이 앞으로의 한일 관계에 새로운 걸림돌이 될 것이란 우려도 커지고 있습니다.
도쿄에서 MBC뉴스 신지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