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10대들에게 미치는 극우 유튜브 영향은 특히 심각합니다.
자극적인 말과 행동들로 채워진 영상을 그야말로 '필터 없이' 보게 되기 때문인데요.
처음엔 재미로 보다가, 그 다음엔 극우 유튜버를 추종하게 되고, 극우 이념에까지 물들게 되는 겁니다.
박진준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올 초 광주광역시 한 고등학교 축제 축하 영상.
구독자 70만 명이 넘는 극우 유튜버 배인규 씨가 등장합니다.
[배인규/'신 남성연대'대표]
"잊지 못할 추억을 남겼으면 좋겠습니다. 진심으로 사랑합니다."
배 씨는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을 왜곡하고,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주도했던 인물입니다.
[배인규/신남성연대대표(1월 10일)]
"이왕 고발 당한 거 더 미친놈처럼 칼춤 춰서 빨갱이들 ** 처벌하겠습니다."
대놓고 여성 혐오발언도 합니다.
[배인규/유튜브'신 남성연대'(지난 3월)]
"페미니즘은 반드시 규탄되어야 하고 정신병자들이나 외쳐대는 살인마의 사상입니다."
이런 배 씨가 민주화 운동의 상징인 광주의 고등학교 행사에 등장한 이유는 뭘까?
[광주 00고등학교 교장]
"어찌 됐건 유명 인사들로부터 영상을 받아서 나름대로 자기들(학생들)은 축하 영상을 받아보고 싶은 생각에…"
배 씨는 일부 10대 남학생들 사이에서 '멋진형'으로 불립니다.
배 씨가 다른 유튜버와 맞장을 뜨는 영상을 따라 하기도 합니다.
[김00/고3(음성변조)]
"재밌고 자극적이고 그러니까, 이제 '오 이 사람 좋은데' (이러면서) 이런 길로 빠지는 경우가 꽤 있는 것 같아요."
문제는 이런 모방 심리가 극우 선동 수단으로 이용될 수 있다는 겁니다.
실제 지난 3월, 배 씨는 청소년들에게 탄핵 반대 집회 참가를 부추기기도 했습니다.
한 번 본 영상과 비슷한 내용을 집중노출하는 유튜브 특성상, 청소년들은 의도치 않게 왜곡된 정보에 세뇌될 수 있습니다.
[이봉규/유튜브 '이봉규TV'(지난 1월)]
"부정선거는 중국과 연관이 있었다고 그전부터 얘기했잖아요."
[이00/고2(음성변조)]
"유튜브 썸네일 같은 데 보면은 부정선거 증거 7가지 막 이런 영상 그런 것도 엄청 많이 보고… 비슷한 생각을 가진 친구들끼리 계속 모이게 되고…"
교사들도 문제를 알고 있지만 공무원법상 요구되는 정치적 중립성 때문에 나서기가 쉽지 않다고 합니다.
[김누리/중앙대학교 독어독문학과 교수]
"거대한 우경화 정도가 아니라 극우의 태풍이 불고 있다 이렇게 얘기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선동가 판별 교육을 해야 돼요. 그리고 이 선동가 판별 교육은 항상 미디어 교육과 같이 가야돼요."
혐오와 비방이 놀이가 되고, 거기에 극우가 편승하는 현상.
이렇다 할 방어벽이 없는 미디어의 홍수 속에 우리 10대들의 정신이 병들어가고 있습니다.
MBC뉴스 박진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