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열심히 일해서 모은 돈으로 전세집을 구했을 뿐인데, 전세사기를 당하고 보니 집주인이 미성년자일 경우 피해 구제가 훨씬 더 어렵다고 합니다.
사실상 미성년자의 부모가 주인이지만, 제도적 맹점 때문에 부모에게 책임을 묻기 어려운 건데요.
이준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3년 전 서울 강서구 빌라에 전세로 들어온 30대 김 모 씨.
집주인이 7살이라 한참 고민했지만 공인중개사를 믿고 계약했습니다.
[김 모 씨/전세 사기 피해자]
"'설마 자녀 명의로 나쁜 짓을 하겠어요' 이러면서 두 분 다 그렇게 아버지랑 중개 보조분이랑 그렇게 얘기를 하셔서‥"
2년 뒤 이사를 가겠다고 했지만 결국, 보증금 2억 원을 떼였습니다.
[김 모 씨/전세 사기 피해자]
"그냥 딱 당연히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되게 열심히 돈을 벌고 막 이래서 이 집을 전세를 얻은 건데‥"
나중에 보니 피해자는 3명이 더 있었습니다.
떼인 보증금은 모두 9억 원.
전부 깡통 전세였고, 자기 돈은 거의 없이 전세 보증금으로 빌라를 사들인 이른바 '무갭투자'였습니다.
알고 보니 집주인의 아빠도 세입자 11명에게 보증금 28억 원을 돌려주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그런데도 사기가 아닌 투자였다고 주장합니다.
[10살 임대인 아버지]
"아들이 또 10년 뒤면 중학생·고등학생이 돼서 이쪽 사업에 관심을 가질 수도 있고. 하여튼 미래를 보고 한 거죠."
집주인이 미성년자인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은 6년 전 58건에서 작년엔 238건으로 4배 이상 급증했습니다.
전북에선 8살 집주인이 2명에게 3억 원을, 서울에선 16살 임대인이 3명에게 6억 원을 돌려주지 않는 등 전세 사기도 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렇게 미성년 임대인에게 피해를 입어도 그 부모에게 책임을 묻기가 쉽지 않다는 겁니다.
'전세금 반환보증'에 가입했더라도 집주인의 재산만 조사할 수 있어서 사실상 주인인 부모 재산은 조사도 할 수 없고, 구상권 청구도 안 됩니다.
[박용갑/국회 국토교통위원]
"미성년자가 만약에 임대인이 됐다면 그 부모가 사실 연대보증을 하는 그런 조건을 달아서 보증 가입을 해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상습적으로 보증금 반환을 하지 않는 악성 임대인은 신원이 공개되지만 미성년자인 경우, 부모는 공개 대상에서 빠져 있는 것도 문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