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인 미국 농민들이, 트럼프의 관세 정책으로 인한 직접적인 피해를 호소하고 있습니다.
미국산 대두의 4분의 1을 사가던 중국이, 트럼프의 관세 폭탄에 물러서지 않은 채 맞불관세를 놓고, 아예 대두 주문을 끊어버리는 등 미국산 대신 다른 나라 농축산물을 수입하고 있기 때문인데요.
자신만만해하던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콩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자"며 황급히 농민 달래기에 나섰습니다.
로스앤젤레스 박윤수 특파원입니다.
리포트
미국 인디애나주의 한 농장.
콩 줄기가 허벅지까지 자랐지만, 농부는 걱정이 태산입니다.
콩을 수확하더라도 팔 데가 없기 때문입니다.
미국산 대두의 25%를 사들였던 중국이 올해는 아예 주문을 끊었습니다.
[브라이언 워퍼프/미국 인디애나주 농부]
"중국은 우리의 가장 큰 고객이에요. 하지만 지금은 우리랑 거래를 하지 않고 있어요."
중국은 지난 4월 트럼프의 관세 전쟁에 맞서 미국산 농산물에 최대 34%의 맞불 관세를 놨습니다.
대두는 물론 옥수수, 돼지고기 등이 중국의 보복 관세를 맞았습니다.
비싸진 미국 농산물의 자리는 아르헨티나와 브라질 등 남미 국가 농산물이 차지했습니다.
중국 수출이 줄줄이 가로막힌 농산물은 대체 판로가 없어 가격 하락에 직면했는데, 특히 대두 농장이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미국 농산물 수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대두는, 단위 당 가격이 12.8달러에서 10달러로 22%나 폭락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의 핵심 지지층이던 농민들이 관세 정책의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게 된 겁니다.
[케일럽 래글랜드/미국대두협회 회장(켄터키주 농부)]
"당장 신속한 조치가 필요해요. 그렇지 않으면 대통령이 사랑하는 수많은 농부들을 잃게 될 거예요."
자신만만해하던 트럼프 대통령은 뒤늦게 농민 지원책을 내놓겠다며 달래기에 나섰습니다.
[도널드 트럼프/미국 대통령(현지시간 지난달 25일)]
"우리가 만든 관세 수입의 일부를 농부들에게 줄 것입니다. 그때까지 잠시 동안 상처를 받겠지만, 결국 관세가 그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입니다."
경주 APEC을 염두에 둔 듯 "4주 뒤 중국 시진핑 주석과 만나 이 문제를 논의하겠다"며 "미국 콩과 다른 작물을 다시 위대하게!"라고 SNS에 적었습니다.
중국을 견제하겠다며 밀어붙인 관세는 미국 농민들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내년 중간선거를 앞두고 지지층 이탈을 막기 위한 대책이 시급해졌습니다.
로스앤젤레스에서 MBC뉴스 박윤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