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화가 잘 안 되는 사람이라면 달걀을 먹을 때 조리법에 신경을 쓰자. 날달걀이나 삶은 달걀은 소화가
다소 어려운 편이다. 달걀은 조리 방법에 따라 단백질의 소화 흡수율이 달라진다. 열이나 산성 성분으로
단백질의 아미노산 결합이 느슨해져야 소화 효소가 효과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단백질은 아미노산이
사슬처럼 결합한 구조다. 위에서는 펩신이 이를 분해하고, 소장에서는 트립신 등 소화 효소가 잘 쪼갠다.
이 과정이 원활해지려면 단백질 구조가 적당히 풀려 있어야 하며, 가열이 바로 그 역할을 한다.
경희대학교 의학영양학과 박유경 교수는 “삶은 달걀은 단백질 구조가 비교적 그대로 남아있어
포만감은 크지만, 소화는 느리다.”며 “반면 오믈렛이나 스크램블은 우유를 섞어 조리하면서 단백질이
일부 분해돼 소화가 더 쉽다.”고 말했다. 여기에 시금치, 토마토 등 채소를 곁들이면 부족한 식이섬유를
보충할 수 있다. 다만, ‘저온’으로 ‘적당히’ 익혀야 한다. 고온에서 오래 익히면 풀어졌던 아미노산이
다른 분자와 엉켜 새롭게 결합하기 때문이다. 찜 등의 저온 조립법은 단백질 구조를 적절히 풀어
소화에 효과적이다. 반면에 고온 조리는 단백질이 단단하게 뭉쳐 소화가 더딜 수 있다.
반대로 생달걀은 소화율이 떨어질 수 있다. 박유경 교수는 “생달걀에는 아비딘이라는
단백질이 있어 비오틴 흡수를 방해한다.”고 말했다. 비오틴은 머리카락, 피부, 손톱 건강에
필요한 영양소다. 달걀 조리 시 물이나 우유, 설탕 등을 넣으면 단백질의 재결합을 막아 소화에
도움이 된다. 거품기를 이용해 단백질을 기계적으로 분해하는 것도 소화율을 높이는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