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우체국은 우편과 금융 전산망이 동시에 먹통이 됐습니다.
하필 추석연휴를 앞둔 시기에, 택배 배송 메시지가 중단됐고 우체국 예금은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남효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우체국 택배 기사가 평소보다 더 빨리 발걸음을 옮깁니다.
실시간 배송 정보가 담긴 개인 단말기가 먹통이 되면서 배송에 시간이 더 걸리기 때문입니다.
[이재덕/우체국택배 위탁 배달원]
"발송인, 수취인 주소가 다 있는데 (전산이) 지금 안 돼서 정보가 하나도 안 떠요."
배송 기사는 일일이 사진 찍고 직접 정보를 채워넣느라 불편하고, 고객은 내 택배가 언제 오는지 몰라 불안합니다.
[이재덕/우체국택배 위탁 배달원]
"해산물 같은 것들이 걱정이 되죠. 전복 같은 거. 혹시 고객들이 빨리 이걸 안 가져가시면은‥"
이번 연휴 우체국 택배 예상 물량은 하루 160만 개.
다음 주에도 전산망이 이 상태면 추석 택배 대란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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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체국 현금입출금기에는 사용 중지 안내문이 붙었습니다.
입·출금은 물론, 돈을 보낼 수도 받을 수도 없어 우체국금융 90조 원 예금이 말 그대로 꽁꽁 묶여버렸습니다.
체크카드도 먹통이라 2차 민생 소비쿠폰조차 쓸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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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체국뿐만이 아닙니다.
주민등록등본, 납세증명 등 수십 종의 증명서를 출력할 수 있는 무인 민원발급기는 고철 덩어리가 됐고, 국회의 모바일 출입증은 아무리 갖다 대도 문이 열리지 않습니다.
정부 모바일 신분증도 먹통이 되면서 공항이나 병원 같은 곳에는 실물 신분증을 들고 가야 했고, 은행과 증권사들은 일부 서비스가 제한된다는 공지까지 내걸었습니다.
화장 시설 온라인 예약이나 국가 유공자 확인, 심지어 주정차 단속 프로그램도 전산망 마비에서 자유롭지 않았습니다.
[오현민/서울 마포구청]
"주·정차 단속 프로그램이 마비가 돼서 급한 지역부터 현장에 나가서 수기 기록을 하고‥"
정부는 주요 서비스부터 복구하고 대안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인터넷에는 건물 하나 불났다고 한 나라의 행정 시스템이 너무 쉽게 마비되는 거 아니냐는 성토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MBC뉴스 남효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