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너무 심했다” 벽까지 뚫어놓고, 에어컨 ‘펑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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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너무 심했다” 벽까지 뚫어놓고, 에어컨 ‘펑펑’…

최고관리자 0 6 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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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서울 서대문구 한 오락실의 입구가 전면 개방된 채, 에어컨이 가동되고 있다. 김광우 기자.

[헤럴드경제=김광우 기자] “불법에 해당하는지도 몰랐다”

서울 신촌의 한 번화가. 습하고 무더운 날씨가 지속되는 가운데서도, 길을 걸으면 지속해서 서늘한 냉기가 느껴진다.

냉기의 비밀은 각종 상점에서 흘러나온 에어컨 바람. 심지어 번화가 중심에 있는 한 오락실에서는 입구 쪽 벽을 통째로 뚫어놓은 채, 에어컨을 가동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상점들이 모인 번화가일수록, 쉽게 볼 수 있는 ‘개문냉방’. 단순히 문을 여는 것만으로 전력량이 66%가량 늘어나, 여름철 전력 사용량 증가의 주범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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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서울 서대문구 한 잡화점의 입구가 전면 개방된 채, 에어컨이 가동되고 있다. 김광우 기자.

심지어 현행법상 ‘불법’에 해당하는 행위. 최대 3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지만, 상인들의 반발 등을 고려해 뚜렷한 단속은 이뤄지지 않는 실정이다.

실제 한국에너지공단의 영업매장 에너지소비 모의실험 결과에 따르면, 문을 열고 냉방할 경우 문을 닫고 냉방할 때보다 냉방 전력량이 약 66%, 총 전기요금은 33%가량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컨대, 203㎡ 매장에서 여름철 매일 10시간가량 개문냉방을 한다고 가정했을 때, 월 전력사용량은 4466kWh에서 6088kWh로 증가했다. 아울러 전기요금은 81만3430원에서 108만3420원으로 늘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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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명동 거리의 한 상점이 30도가 넘는 폭염 속 개문냉방 영업을 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개문냉방은 단순한 과잉 냉방의 문제가 아니다. 문을 열어 두는 것만으로 냉방 전력의 60%가량이 건물 밖으로 흘러 나가, 낭비되고 있다는 게 핵심이다. 특히 개문냉방이 이뤄지는 여름철의 경우 전력 사용량이 급증하는 시기로, 전력망 운영 부담을 늘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상업 냉방은 여름철 전력수요의 핵심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상업 부문 냉방 전력 소비는 여름철 짧은 기간에 이뤄지는데도, 국가 전체 전력소비의 10%가량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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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 한 상점의 문이 개방돼 있다. 김광우 기자.

이에 전력피크 관리의 핵심 요인 중 하나로도 여겨진다. 여름철 전력 소비 급증과 낭비는 단순 전기요금 증가를 넘어선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 특히 올해와 같이 폭염으로 인한 전력 사용량이 치솟을 경우, 순간적 전력 피크 시 예비력이 줄어드는 등 전력 수급 불안정성이 심화한다.

전반적인 냉방 전력 부담 또한 점차 커지는 추세다. 기후변화가 가속화되며 매년 여름 폭염의 강도가 거세지고, 발생 기간 또한 길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에 따르면 올해 여름 최대전력수요는 휴가가 마무리되는 8월 3주차 94.1~98.8GW 수준으로 전망된다. 2024년이나 2025년처럼 폭염이 장기화되고 태풍 등의 영향으로 태양광 발전량까지 감소할 경우 최대 98.8GW까지 치솟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역대 최고치인 2024년 97.1GW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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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서울 서대문구 한 오락실의 입구가 전면 개방된 채, 에어컨이 가동되고 있다. 김광우 기자.

정부는 공급능력을 107GW까지 확보하고 추가 예비자원도 준비해 전력수급에 문제가 없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충분한 발전설비를 확보했을 때 가능한 이야기. 폭염이 길어질수록 전력망 운영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이에 정부는 지난달 29일부터 9월 18일까지를 여름철 전력수급 대책 기간으로 설정해, 전력수급 상황 실시간 점검 및 비상 대응 태세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공공기관에서도 관련 규정에 따라 냉방설비 가동 시 평균 실내 온도를 일정 수준 이상 유지하는 등 절전 방침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현행법상 불법에 해당하는 도심 상권의 개문냉방에 대한 단속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개문냉방 영업은 에너지이용 합리화법 및 시행령에 따라 금지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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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명동 거리의 한 상점이 30도가 넘는 폭염 속 개문냉방 영업을 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하지만 ‘전력 수급 경보’ 등 국가가 비상경보를 발령했을 때만 행정조치가 가능하도록 설계돼 있다. 특히 코로나19 기간 환기 방침이 시작되며, 이후 단속 및 벌칙 부과 시행이 드물어진 상황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개문냉방에 대한 인식 또한 비교적 자유로워진 상황. ‘불법’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서울 서대문구에서 잡화점을 운영하는 A씨는 개문냉방의 이유를 묻는 질문에 “손님들을 받으려면 어쩔 수 없다”면서도 “지금 개문냉방은 합법”이라고 강조했다.

인근에서 옷가게를 운영하는 B씨는 “개문냉방을 단속한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며 “다른 가게들이 문을 열어놓으니, 우리도 어쩔 수 없이 열어야 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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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한 대형마트 개방형 냉장고에서 냉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다. 김광우 기자.

개문냉방은 단순 전력피크 문제만 부추기는 게 아니다. 과도한 에너지 사용은 곧 온실가스 배출로 이어진다. 우리나라 전력 생산에서 화석연료 발전 비중은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상황. 지금 추세대로 전력 수요가 늘어날 경우, 화석연료 발전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한편, 마트 등에서 사용하는 개방형 냉장고에 대한 문제제기도 이어지고 있다. 한국전력공사와 대한설비공학회가 공동으로 진행한 연구 결과 마트 등 전국 약 11만개 매장에 설치된 50여만개 개방형 냉장고에 문을 달 경우, 약 61만 가구가 사용하는 연간 전력량을 아낄 수 있을 것으로 추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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