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달러 현재 환율 1445억원
관련건으로 해군 중령 출신은 징역 2년 6개월 선고
해당 인물이 이끌던 업체엔 벌금 150억원에 추징금 950억원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5122550011
대만 정부가 자체 건조한 첫 재래식 잠수함 ‘하이쿤’에 옛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에서 불법으로 빼돌린 기술이 사용됐다고 한국 법원이 공식 인정했다. 국내 방산기술이 불법적으로 유출돼 외국 정부의 무기 개발에 활용된 사실을 법원이 인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창원지방법원 마산지원은 지난 16일 대외무역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해군 중령 출신 A씨에게 징역 2년6개월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A씨가 대표로 있는 방산업체 B사에는 벌금 150억원과 함께 추징금 950억원을 명령했다. 검찰과 A씨 등은 현재 항소한 상태다. 법원에 따르면 A씨는 2019년 8월 대만 정부와 1억1000만달러 규모의 ‘잠수함 어뢰 발사관 및 저장고 납품 계약’을 체결한 뒤 같은 해 11월부터 2021년 2월까지 계약 대금 일부를 수령했다. 이후 2019년 10월부터 2020년 9월까지 어뢰 발사관과 저장고 계통, 상세 설계, 제작 도면 작성 기술 등 대우조선해양에서 빼돌린 잠수함 기밀 자료 수백 개를 이동식저장장치(USB)와 CD 등에 담아 대만에 넘긴 것으로 조사됐다. 법원은 A씨가 퇴사한 대우조선해양 직원을 통해 불법 취득한 영업비밀과 설계자료 등을 대만으로 유출했다고 결론 내렸다. 모두 방위사업청의 수출 허가를 얻어야 하는 전략기술이다. 재판부는 “범행은 대한민국의 안보와 외교에 중대한 부담을 초래할 수 있는 사안”이라고 판시했다.
경남 창원지방법원 마산지원은 지난 16일 선고 공판에서 이같이 밝히며 대외무역법 위반으로 기소된 전직 해군 중령 A씨를 잠수함 기술 유출의 주범으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A씨가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의 보안망을 뚫고 빼돌린 설계 도면 등 기밀 자료와 퇴직한 기술 인력 등의 취업을 알선하는 수법으로 유출한 기술이 대만 1호 잠수함인 ‘하이쿤’ 건조 과정에 활용됐다고 봤다.
25일 한국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국가정보원은 2020년 대만이 국내 잠수함 기술을 불법 탈취해간 사실을 인지했다. 앞서 대만은 자국산 잠수함(自製防禦潛艦·IDS) 개발 사업의 수행사로 B사 등을 선정하고 2019년 계약을 맺었다. 2016년 취임한 차이잉원 전 총통이 자체 잠수함 건조를 공약으로 내세운 지 약 3년 만이다. 이 사업은 대만에서 해군참모총장 출신인 황슈광 국가안전회의(NSC) 자문위원이 주도했고, 국영 조선소 대만국제조선공사(CSBC)가 건조를 맡았다. A씨가 대표를 맡은 B사는 잠수함 장비 설계·제조사로 대우조선해양 기술자를 끌어들였다. 이때 설계 도면 등 기밀을 함께 확보할 수 있었다.
이후 수년간 대우조선해양 및 협력사 출신 잠수함 기술자 수십 명을 영입해 총 100여 명의 국내 방위산업 종사자가 참여한 것으로 파악됐다. 사업이 본격화하는 과정에서 기술자 간 다툼이 불거졌고 기술 유출 의혹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후 경남경찰청이 B사 등을 상대로 수사에 나섰다.
현지에서 일한 기술자들은 본지에 “대만 정부가 지속적으로 도면을 달라고 요구했다”고 입을 모았다. 이 상황에서 해군 소령 출신 기술자 C씨는 대만 측에 “장보고함 기술자를 섭외해 올 테니 거액을 달라”고 역제안하기도 했다. 이런 사실이 현지 언론을 통해 공개돼 대만 정치권에서도 논란이 됐다. 하이쿤 사업에 참여한 또 다른 기술자 D씨는 “대만 고위직으로부터 장보고함 기술과 함께 귀화하라는 제안을 받기도 했다”며 “요구를 거부하자 곧바로 해고당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