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오늘 오후 치러진 일본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여자 아베'로 불려 온 극우 성향의 다카이치 사나에 전 경제안보상이 당선됐습니다.
오는 15일 국회에서 치러지는 총리 지명 선거에서 일본 역사상 첫 여성 총리 탄생이 유력합니다.
도쿄에서 신지영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리포트
결선투표 결과가 발표되는 순간, 두 후보의 얼굴엔 희비가 교차했습니다.
[아이사와 이치로/자민당 총재선거관리위원장]
"다카이치 사나에 씨를 당선자로 결정합니다."
자민당 사상 첫 여성 총재 탄생 소식에 거리엔 호외가 배포되기도 했습니다.
그동안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의 당선이 유력시됐지만 다카이치 총재를 향한 당원들의 압도적 지지와 보수 성향 의원들의 표 집결 앞에 무릎을 꿇은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2021년과 2024년에 이어 세 번째 도전에서 총재직을 거머쥔 다카이치 사나에는 1993년 서른두 살의 나이로 중의원에 당선된 이후 현재 10선 의원입니다.
자민당 유력 인사 중에선 보기 드문 비세습 정치인으로, 자수성가형, 노력형 인물이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다카이치 사나에/자민당 신임총재]
"저 자신도 '워라밸'이란 말을 버리겠습니다. 일하고, 일하고, 일하고, 일하고, 일하고… 일하겠습니다."
다만 초선 의원 시절부터 일본의 전쟁 책임을 부정하고 아베·기시다 내각 당시 각료로 재임하면서도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신사를 정기적으로 참배하는 등 극우 행보를 이어왔습니다.
최근엔 시마네현이 주최하는 '다케시마의 날' 행사엔 차관급이 아닌 장관급을 보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다카이치 사나에/당시 후보(지난달 27일, 자민당 총재 후보 토론회)]
"다케시마의 날, 당당하게 장관이 가면 되지 않습니까?"
정책 측면에서 고 아베 신조 전 총리의 뜻을 이어받은 다카이치 총재는 선거 기간 내내 '강한 일본'을 내세웠습니다.
이에 따라 자위대를 헌법에 명기하고, 방위 관련 연구개발비와 무기 조달 비용을 증액하겠다고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오는 15일 국회 총리 지명 선거에서 승리할 경우 다카이치 총재는 일본 역사상 첫 여성 총리 자리에 오르게 됩니다.
현재 일본 국회는 여소야대 구도지만 야권 분열로 인해 제1당인 자민당 총재의 승리 가능성이 상당히 높은 상황입니다.
도쿄에서 MBC뉴스 신지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