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독일 베를린의 미테구청이 소녀상을 철거·이전하라고 통보한 시한이 사흘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하지만 다른 장소로 옮겨도 미테구의 새로 생긴 규정 때문에 소녀상은 2년마다 철거와 이전을 요구받는 떠돌이 신세가 될 수밖에 없는데요.
여기에는 일본 정부의 끈질긴 외교적 압박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입니다.
베를린에서 이덕영 특파원입니다.
리포트
지금 앉아있는 이 자리에서의 마지막 날, 소녀상 곁으로 시민들이 모여들었습니다.
"아리 (여기에) 머물러라!"
하지만 미테구청은 오는 7일까지 소녀상을 철거하지 않으면 벌금을 물릴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미테구는 공공장소 예술작품은 2년 뒤 철거해야 한다는 규정을 최근 새로 만들었습니다.
[에릭 루드비히/베를린 시민]
"역사적 사건을 기억하게 해주는 동상을 공공장소에 설치해 모든 사람이 볼 수 있도록 하고 우리의 기억을 보존하는 건 매우 중요합니다."
인근 주택조합 사유지로 이전한다고 해도 나중 다시 갈 곳을 찾아야 합니다.
[크리스티안 팔머/주택조합 대표]
"우리는 이 제안을 5년으로 제한하고 모든 것이 잘 진행되는지 지켜볼 겁니다."
보다 못한 베를린의 한 구의회가 지하철역 앞 공공부지를 제공하겠다고 나섰지만 역시 시한은 정해져 있습니다.
[요한나 마르텐스/스테글리츠-젤렌도르프 구의원]
"임시 예술품은 공공장소에 2년 동안만 설치하고 철거한다는 법이 있습니다. 2년 후에는 철거해야 합니다."
베를린에 자리 잡은 지 5년, 소녀상은 떠돌이 신세로 전락했습니다.
이런 배경으로는 일본 정부가 지목되기도 합니다.
취재진은 일본 정부가 소녀상을 없애기 위해 독일 정치권 곳곳과 접촉하고 있단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작년 12월, 소녀상을 받아들이자는 결의안 채택을 주도했던 스테글리츠구 요한나 마르텐스 구의원.
MBC 취재진에게 주독 일본대사관이 소녀상과 관련해 지역 정치인들과 접촉하고 있다고 털어놨습니다.
결의안 채택 직후엔 미츠코 시노 주독일 일본대사가 스테글리츠 구청장을 직접 만났다고도 폭로했습니다.
[요한나 마르텐스/스테글리츠-젤렌도르프 구의원]
"스테글리츠 구청장이 일본대사관을 방문했다고 알고 있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추측할 수 없지만 분명한 건 접촉이 있었다는 겁니다."
일본 대사가 구청장을 만나는 것은 극히 이례적입니다.
구청 측은 만남을 부인하지는 않았고 일본대사관은 이에 대한 MBC 질의에 답하지 않았습니다.
독일 언론들은 베를린 시장이 작년 일본에서 외무상과 회담한 뒤 철거 압박이 더 커졌다고 보도하고 있습니다.
우리 외교부는 소녀상 문제는 민간의 일이라는 입장이고, 여성가족부는 외교 사안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베를린에서 MBC뉴스 이덕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