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미국에선 표현과 언론의 자유를 억압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행태에 대해 할리우드 스타들이 잇따라 저항의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과거 매카시즘에 맞서 싸우기 위해 결성됐던 단체가 80년 만에 다시 만들어지고, 500명 넘는 할리웃 스타들이 동참할 정도인데요.
워싱턴 김정호 특파원입니다.
리포트
냉전의 서막과 함께 미국에 휘몰아친 공산주의자 색출 광풍.
무고한 사람들이 '소련 간첩'으로 몰렸고, 영화계도 사상 검열의 회오리를 피하지 못했습니다.
이에 맞서 당시 할리우드에선 '수정헌법 제1조 위원회'라는 단체가 출범했습니다.
헨리 폰다, 그레고리 펙, 캐서린 햅번 등이 나선 이 단체는 수정 헌법이 보장한 표현의 자유를 억누르고, 임의로 미국의 가치를 규정하는 건 헌법 정신에 대한 배신이라며 항거했습니다.
그리고 약 80년 뒤, 같은 이름의 저항단체가 다시 돛을 올렸습니다.
매카시즘의 어둠을 뚫고 자유의 새벽을 꿈꿨던 아버지의 뜻을 딸이 이어받았습니다.
[제인 폰다/미국 영화배우]
"정말로 엄혹한 시대입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연대입니다. 그래서 저는 1950년대에 시작돼 아버지(헨리 폰다)도 참여했던 그 위원회의 정신을 다시 불러내기로 했습니다."
바브라 스트라이샌드, 내털리 포트먼, 위노나 라이더 등 550명의 할리우드 인사가 이름을 올린 이 단체의 일성은 "억압의 세력이 돌아왔다"였습니다.
이들은 첫 성명에서 "권력자 비판, 의문 제기, 항의, 풍자는 미국이 지향해온 근본 가치"라며 표현의 자유, 언론의 자유를 지켜내겠다고 선언했습니다.
헌정 질서를 위협하며 반대 세력을 틀어막는 트럼프식 군대 동원도 정조준했습니다.
[제인 폰다/미국 영화배우]
"전국 민주당 성향 도시에 '전면적 무력 사용'을 언급하면서 병력 투입을 지시한 대통령은 단 한 명도 없었습니다. 그는 우리의 민주주의를 파괴할 방식으로 권력을 축적하고 있습니다."
한때 자유의 표상이었던 그 미국이 어디로 사라졌냐는 질문은 끝없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안젤리나 졸리/미국 영화배우 (지난달 22일)]
"나는 우리나라를 사랑하지만, 지금의 조국은 더 이상 내가 알던 그 나라가 아닙니다."
연방 정부의 '셧다운'을 막기 위한 민주당과의 담판에 트럼프 대통령은 '트럼프 2028'이라는 글이 새겨진 모자를 올려놨습니다.
헌법이 금한 3선 도전 의사로 단정할 순 없다고 해도 협상 상대에 대한 조롱은 분명했습니다.
트럼프식 정치를 뜻하는 '트럼피즘'이 과거 매카시즘 광기처럼 반헌법, 비상식의 상징으로 변모하면서 저항의 움직임이 거세지고 있습니다.
워싱턴에서 MBC뉴스 김정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