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국가 주요 전산망이 동시에 마비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전산망 서버에 난 불로 6백 개가 넘는 정부 업무 시스템이 한꺼번에 멈춰섰는데요.
시민 생활에 밀접한 여러 민원 시스템이 먹통이 되면서 하루 종일 큰 혼란이 빚어졌습니다.
먼저 사고 과정부터 살펴보고, 피해 상황과 원인을 분석해 보겠습니다.
구민지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깨진 창문으로 검은 연기가 쉴 새 없이 솟아오릅니다.
정부 전산 시스템을 관리하는 디지털 심장부, 대전 국가정보자원관리원에서 불이 난 겁니다.
불은 어제저녁 8시 20분쯤 건물 5층 전산실에서 시작됐습니다.
작업자 13명이 전원을 차단하고 리튬이온 배터리를 옮기는 과정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불이 났습니다.
작업자 한 명이 화상을 입었고, 직원 100여 명이 대피했습니다.
국가 중요 데이터 정보가 훼손될 수 있어 화재 진압에 애를 먹었습니다.
[김기선/대전 유성소방서장]
"국가정보자원관리원 서버 보호를 위해서 대량의 방수를 하지 못하는 게…"
오늘 오전 6시 반쯤 큰불이 잡혔고, 불은 오후 6시쯤, 화재 약 22시간 만에 완전히 꺼졌습니다.
하지만 정부 온라인 시스템 서비스가 대거 마비됐습니다.
열기로 서버가 급격하게 가열될 것을 우려해 선제적으로 전원을 차단하면서 정부 행정 시스템 647개가 가동을 멈춘 겁니다.
'정부24' 접속과 무인 민원 발급기가 안 됩니다.
국민신문고 접수도 끊겼습니다.
정부 부처 홈페이지 접속도 안 되고, 내부 행정망인 온나라시스템도 작동을 멈추면서 공무원들도 정상적인 업무가 어려워졌습니다.
소방의 경우 119 전화 신고는 가능하지만, 문자나 영상통화를 통한 신고는 먹통이 됐고, 자체 위치 추적도 할 수 없습니다.
병원과 정보를 실시간 공유하는 구급 스마트시스템도 멈춰 병원과 개별 연락을 주고받고 있습니다.
[김민석/국무총리]
"민원 처리가 지연되거나 또는 증명서 발급에 차질을 빚는 등 일상생활에 불편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로 인한 불편을 겪으실 국민 여러분께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정부는 위기 경보 수준을 최상위인 '심각'으로 올리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가동해 신속한 복구에 주력하기로 했습니다.
MBC뉴스 구민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