싼값을 무기로 삼성전자를 바짝 추격하던 중국 주요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일제히 브레이크를 밟았다. 인공지능(AI) 열풍으로 메모리 반도체 공급난이 심화하고 부품 가격이 줄줄이 급등하면서 올해 출하량 목표를 최대 30% 이상 낮춰 잡은 것이다.
샤오미 폰.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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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선두 샤오미 ‘삼성 추격’ 전략 흔들
8일 닛케이아시아 등 외신에 따르면 샤오미를 비롯한 중국 주요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최근 부품 공급업체에 올해 출하량 목표를 최대 30% 하향 조정하겠다고 통보했다.
중국 업계 선두인 샤오미의 레이쥔 회장은 2021년 “3년 안에 세계 스마트폰 1위에 오르겠다”고 호언장담 했지만, 올해 출하 목표는 지난해 1억7000만대에서 9500만대로 약 44% 줄였다. 부품 부족과 원가 상승 탓에 연초에 낮게 잡은 목표치(1억1000만대)를 다시 낮춘 것이다. 오포와 비보도 예상 판매량을 9000만대 미만으로 낮췄다.
지난해 7100만대로 사상 최대 출하량을 기록했던 중국 화웨이의 스마트폰 브랜드 ‘아너(Honor)’를 역시 올해는 성장세를 이어가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월 중국 스마트폰 업체 메이주는 연초 예정됐던 슬림형 스마트폰 ‘메이주 22 에어’ 출시를 아예 취소했다. 당시 회사는 “메모리 가격 급등이 스마트폰 사업 계획에 중대한 장애물이 됐다”고 밝혔다.
지난 2021년 레이쥔 샤오미 회장은 휴대폰 MIX4 공개 발표 온라인 영상에서 ″다음 목표는 3년 내 세계 1위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웨이보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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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싼값 성장’의 부메랑… “팔수록 손해” 심화
중국 정부는 내수를 살리기 위해 막대한 ‘이구환신(以舊換新·낡은 제품 새것으로 교체)’ 보조금을 지원해 왔다. 이에 힘입어 가파르게 성장해 온 중국 스마트폰 회사들을 위기로 몰아넣은 건 AI 열풍이다. 글로벌 반도체 제조사들이 고대역폭메모리(HBM)와 AI 서버용 고부가 D램 생산에 설비를 집중하면서, 스마트폰용 D램과 낸드플래시, 인쇄회로기판(PCB) 등 범용 핵심 부품의 물량이 바짝 말라버렸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부품 가격이 치솟자 저가 박리다매 전략을 펼치던 중국 업체들은 치명타를 입었다. 중저가폰은 가격에 민감한 소비자가 주고객층이라 원가 상승분을 제품 가격에 그대로 전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결국 ‘많이 팔수록 손해’인 기형적 구조가 심화하자 출하량을 강제로 줄여 손실을 방어하는 고육지책을 택한 것이다.
여파는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전체로 번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올해 글로벌 스마트폰 출하량이 약 14% 감소해 사상 최대 감소폭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 스마트폰 업체보다 프리미엄 제품 비중이 높은 애플과 삼성전자도 전방 수요 둔화와 제조원가 상승 영향은 피하기 어렵다는 평가다.
실제로 삼성전자 MX(모바일경험) 사업부도 메모리 가격 급등 타격을 비껴가지 못했다. 올해 2분기 삼성전자가 천문학적 영업이익(89조4000억원)을 달성했지만, MX사업부 영업이익은 4000억~8000억원 수준이란 게 증권가의 추정이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3조1000억원)보다 74~87% 급감한 규모다. 원가 상승에 따른 수익성 둔화 탓에 올해 영업이익률이 -6%를 기록할 것(현대차증권)이란 전망도 나왔다.
업계 관계자는 “애플 같은 대형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가격 교섭권을 쥐고 메모리 시장을 호령하던 시대는 지났다”며 “자금력과 공급망 확보 능력이 부족한 스마트폰 업체일수록 원가 부담을 견디기 어려워 기업별 양극화가 심해질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