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의 세계에서 패배는 흔한 일이다. 상대가 11년간 단 한 번도 이기지 못한 ‘천적’이라면 더욱 그렇다. 하지만 지난 29일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여자 축구 준결승에서 일본에 0-2로 패배한 뒤 만난 지소연(35)의 반응은 평소와 달랐다. 눈가를 붉힌 채 힘없이 믹스트존에 들어선 그는 “지금의 일본 멤버 구성이라면 절대 져서는 안 될 경기였다. 이번이야말로 결승에 오를 절호의 기회였다”며 고개를 떨궜다.
태극마크를 달고 그라운드를 누빈 지 올해로 만 20년. 베테랑의 탄식은 단순히 라이벌전 패배에서 오는 일차원적인 아쉬움이 아니었다.
지소연은 결과가 아닌 그라운드 위 냉정한 ‘실력 차’를 짚었다. 그는 “(지난 3월 호주에서 열린) 아시안컵 4강전에서 만난 일본과는 완전히 다른 멤버였다”고 토로했다. 이번 대회에 참가한 일본 대표팀에는 세가와 유이(맨체스터 시티), 시미즈 리사(리버풀), 하마노 마이카(토트넘) 등 잉글랜드 여자 슈퍼리그(WSL)를 비롯해 유럽과 미국 무대를 누비는 핵심 해외파 22명이 대거 빠졌다. 전원 국내파로 구성했다 .심지어 11명은 대학선수같이 프로선수도 아닌 3진급 수준이다.
반면 한국은 케이시 유진 페어(엔젤시티)와 전유경(노르웨이 몰데) 등 일부를 제외하면 사실상 최정예 멤버를 가동하고도 무릎을 꿇었다.
지소연을 더욱 씁쓸하게 만든 대목은 이 ‘3군’을 상대로도 경기력에서 철저히 밀렸다는 점이다. 전반전은 베테랑들의 헌신과 투지로 버텼지만, 후반 들어 가미야 지이나에게 연속 골을 내주며 무너졌다. 지소연은 “해외파가 없어도 일본은 일본이었다. 준비를 많이 했지만 분명한 실력 차가 드러났다”며 “어린 선수들임에도 볼을 다루는 기술이나 여유롭게 경기를 운영하는 능력이 우리보다 훨씬 뛰어나 한참 부족함을 느꼈다”고 인정했다.
나아가 지소연은 한국 여자축구의 뼈아픈 현실과 육성 시스템의 한계를 지적했다. 연령별 대표팀부터 확고한 철학을 공유하는 일본과 달리, 일관성이 부족한 한국의 훈련 환경에 대한 작심 발언이었다. “일본 선수들은 어릴 때부터 일관된 시스템 안에서 똑같은 축구를 배운다. 반면 우리는 지도자마다 스타일이 전부 다르다. 일본은 스마트하고 지능적인 축구를 하는데, 우리는 그저 열심히 뛸 뿐이다.”
그의 탄식에는 이번 대회가 사실상 자신의 ‘마지막 아시안게임’이라는 짙은 아쉬움이 묻어났다. 지소연은 “4년 뒤면 서른아홉 살이다. 아시안게임만 벌써 6번째 출전”이라며 “이번이야말로 결승에 갈 진짜 찬스라고 생각했는데 힘없이 져서 너무 속상하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이대로 주저앉을 순 없다. 동메달 결정전에서 집중해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다”며 마지막 투지를 불태웠다.
어쩌겠어….여자리그도 돈없어서 못한다고 하는 판국인데. 남자 축구도 세금으로 운영한다 욕하지만 그래도 1만명 수준 관객이지만 여자리그는 100명 수준 관객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