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프랑스의 격렬한 시위는 맨 처음 학생들이 시작했죠.
가장 곪아 있는 곳이 학교라는 얘기입니다.
학교에서부터 불공정한 게임의 룰에 지배당하고, 부모의 지원 없이는 공부조차 끝마치기 어려운 현실.
이지수 특파원이 절박한 학생들의 목소리를 통해 시위의 뿌리를 파고들어 가 봤습니다.
리포트
시위 참가자의 절대다수는 10대와 20대.
[게스파/고등학생]
"저는 16살이라 투표를 못 해요. 유일한 방법이 시위를 하는 거죠."
사회 진입의 문턱인 학교에서 이들은 무엇을 목격했을까.
파리 외곽의 한 공립학교.
교실 천장이 무너진 채 방치돼 있고, 학생 앞에는 책상이 없습니다.
책상을 확보하려면 직접 교실마다 들고 다녀야 합니다.
엘리베이터는 1년째 고장이고, 쥐도 심심찮게 돌아다닙니다.
[한나/고등학생]
"벌레가 있고, 한 반에 40명 정도인데, 책상도 의자도 선생님도 없어요."
열악한 환경에, 선생님들도 장기 근무를 기피합니다.
이 지역 공립중학교에서 한 학교에 8년 이상 근무한 교사는 29%로, 파리보다 10%포인트 낮습니다.
[게스파/고등학생]
"AI나 챗GPT 같은 걸 이용하는데, 진짜 선생님이 가르치는 걸 대신할 수는 없죠."
도시와 외곽의 교육 불평등은 이미 20년 넘게 곪아 왔습니다.
[아민/고등학생]
"법학을 전공하려면 프랑스어 성적이 좋아야 하는데 프랑스어 선생님이 없으면 어떻게 배우겠어요?"
독학하다시피 공부해 대학 문턱을 넘어도 생계에 허덕입니다.
파리에 작은 방 한 칸을 얻고 식비·교통비를 더하면, 한 달 생활비는 우리 돈 150만 원이 넘습니다.
[실리아/대학생]
"일주일에 사나흘, 25시간에서 30시간을 일해요. 공부할 시간이 없어요."
여기서부터는 부모의 재력까지 변수가 됩니다.
프랑스 대학 생활의 가장 큰 재원은 가족 지원(41%)으로, 장학금과 주거지원 등 공적 지원보다 많습니다.
[멜라니/대학생]
"일해야 하는 학생, 일하지 않아도 되는 학생이 있어요. 불평등은 거기서 시작되는 거죠."
[바티스트/대학생]
"제 친구도 일자리를 못 구해서, 학교 그만두고 식당에서 일하고 있어요."
빈부의 격차가 교육의 격차를 완성시키는 현실.
이 현실을 국가가 바꿔 달라는 게 학생들이 포기할 수 없는 유일한 요구입니다.
[모하메드/고교 졸업생]
"저는 학교 가고 싶고, 대학교 가고 싶고. 그냥 응원해 주세요."
파리에서 MBC뉴스 이지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