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의 로망’ 러시아 Su-35, 우크라이나 공중전서 잇달아 망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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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의 로망’ 러시아 Su-35, 우크라이나 공중전서 잇달아 망신

최고관리자 0 27 10.21 14:30

아군 헬기 공격하고 구형 F-16에 격추돼… Su-35로 공군 현대화하려던 北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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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공군 Su(수호이)-35 전투기. 뉴시스

1996년 10월 24일 오후 경기 성남시 서울비행장 활주로에 러시아 공군의 최신예 전투기 Su(수호이)-37이 착륙했다. 당시 러시아 동부 공군기지에서 2시간 30분 비행 끝에 서울 에어쇼(현 서울 ADEX)가 열린 서울비행장에 당도한 Su-37은 러시아 방산 수출에서 비장의 카드였다. 당시 동아일보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 당국자는 “Su-37은 이미 생산시설이 확보된 만큼 외국의 주문이 있을 경우 곧바로 양산 체제를 갖출 수 있다”며 한국의 차세대 전투기(FX) 사업 후보 기종으로서 경쟁력을 어필했다.

소련 붕괴 후 경제난에 허덕이던 러시아는 돈이 될 만한 것은 뭐든 내다 팔았다. 잠재적 적성국이던 중국에 러시아 공군 최신 주력 전투기였던 Su-27을 대량 판매한 것은 물론, 차세대 모델 Su-35와 Su-37도 수출시장에 내놨다.

1996년 서울비행장에 나타난 러시아 최신예기

1996년 한국은 대형 쌍발 엔진 전투기를 도입하고자 FX 사업을 준비하고 있었다. 이때 러시아가 서울 에어쇼에 수호이 전투기를 보내 파격적인 공중 기동을 선보이는 등 적극적인 세일즈에 나선 것이다.

당시 Su-35는 러시아 공군에도 도입되지 않은 Su-27의 최신 개량형이었다. 러시아 수호이 설계국이 1996년과 2001년 서울 에어쇼에 보낸 것은 Su-35의 기술 실증기인 Su-37이었다. 당시 Su-37은 코브라가 머리를 치켜든 모습을 닮은 ‘코브라 기동’과 고도를 거의 바꾸지 않고 360도 회전하는 ‘쿨비트 기동’ 등 고난도 기동을 선보였다. 그 모습을 담은 사진이 초고속 인터넷과 온라인 커뮤니티가 활성화되기 시작한 한국 누리꾼 사이에 퍼지면서 수호이 팬덤까지 생겼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러시아 Su-35·37의 한국 수출은 실패했다. 심지어 러시아 공군도 채택하지 않은 Su-35는 조용히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듯했다.

Su-35가 부활한 것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때문이다. 당시 러시아 경제는 고유가 덕분에 막대한 오일머니가 유입돼 조금씩 살아나고 있었다. 푸틴은 넉넉해진 재정을 군사력 현대화에 쏟아부었다. 러시아에선 2002년 Su-27SM이라는 명칭으로 전투기 개량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기존 Su-27 동체로는 새로 개발된 엔진과 레이더 등 첨단 장비를 수용하기 어렵다는 지적에 따라 완전히 새로운 설계안이 채택됐다. 그 결과 현재 생산되는 Su-35는 1996년 서울 에어쇼에서 화려한 공중 기동을 선보인 기종은 아니지만 같은 이름을 계승했다.

신형 Su-35는 1990년대 만들어진 Su-35와 차원이 다른 고성능 전투기로 설계됐다. 항공 강국 러시아가 최첨단 기술을 집약했다는 점에서 최강의 공중 전투 성능을 갖춘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특히 러시아가 널리 선전한 것이 Su-35의 기동성과 탐지 능력이었다. Su-35에 탑재되는 차세대 AL-41F 시리즈 엔진의 카탈로그 성능은 당대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강력한 추력 덕분에 30t 넘는 육중한 무게에도 마하(음속) 1.13에 이르는 초음속 순항 능력을 갖췄다는 것이다. 해당 엔진의 일부 파생형은 3차원 추력편향(TVC) 노즐을 갖추고 있다. 배기가스 분사 방향을 마음대로 제어할 수 있는 장치로, 코브라 기동 같은 뛰어난 공중 기동성을 뒷받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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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9월 러시아 콤소몰스크나아무레에 있는 수호이 공장을 방문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오른쪽)이 Su-35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뉴스1

러시아 “Su-35, 미국 F-22에 견줄 만”

Su-35의 전자장비 성능도 세계 최고 수준으로 소개됐다. 러시아는 이 전투기에 N035 Irbis-E로 명명된 수동 전자주사식 위상배열(PESA) 레이더를 장착했다. 중앙 송신기에서 강력한 전파를 생성해 여러 안테나 소자를 통해 방향만 바꾸는 방식의 레이더다. 저마다 레이더 역할을 하는 모듈이 여럿 장착된 능동 전자주사식 위상배열(AESA)과는 다른 방식이다. 반도체 인프라가 부족한 러시아가 AESA에 비해 반도체가 덜 필요해 저렴하고 제작도 쉬운 PESA 방식 레이더를 채택한 것이다. PESA 레이더는 Su-35의 고성능 엔진으로부터 높은 출력의 전력을 공급받아 AESA와의 성능 격차를 좁혔다. 그 결과 Irbis-E 레이더가 서방 최신 AESA 레이더 이상의 탐지 거리를 구현했다는 게 러시아 측 설명이다. 소형 전투기는 150~250㎞, 폭격기나 공중급유기 등 대형 기체는 400㎞ 이상에서 탐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러시아는 이 같은 레이더 성능을 적극 선전하며 “Su-35가 조기경보기 역할도 할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

방산 수출시장에서 러시아는 “Su-35가 서방의 4세대급 전투기를 압도하는 것은 물론 미국 F-22, F-35 같은 스텔스 전투기와의 대결도 해볼 만하다”고 선전한다. 러시아 측 주장은 대체로 다음과 같은 논리에 근거한다. Su-35의 Irbis-E 레이더로 서방 전투기를 원거리에서 먼저 탐지한 뒤→L-175M ‘키비니-M’ 전자전 시스템으로 레이더와 전자장비를 무력화하고→사거리 200㎞에 육박하는 R-77M 공대공미사일이나 400㎞급 R-37M 등 장거리공대공미사일로 일방적 공격을 퍼부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른바 ‘Su-35 4++급 전투기설’이다.

그래서 Su-35가 러시아 공군에 배치되자 여러 나라가 군침을 흘리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달려든 것은 중국이다. 중국은 1990년대 초반 200대 이상의 Su-27SK 전투기를 러시아로부터 직도입하고 일부는 면허생산하기로 했다. 그런데 100여 대를 생산한 시점에서 불법 복제 사실이 들통 나 계약 해지를 당했다. 이후 중국은 J-11이라는 이름으로 Su-27 불법 복제판을 만들었지만 기술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2000년대 들어 Su-27SK 자체가 구형으로 전락하자 중국은 Su-35에 적용된 신형 레이더와 엔진, 전자장비를 들여와 복제하려 했다. 하지만 이미 전투기 불법 복제 피해를 당한 러시아가 이를 완강히 거절했다. 중국은 10여 년에 걸친 협상 끝에 2014년 4000억 달러(약 534조5000억 원)어치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사주는 조건으로 Su-35 24대를 손에 넣을 수 있었다.

북한도 Su-35를 간절히 원했다. 북한은 2014년 11월 당시 실세였던 최룡해 조선노동당 비서, 노광철 인민군 부총참모장 등으로 구성된 특사단을 모스크바에 보내 Su-35 전투기 공급을 요청했다. 이듬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직접 러시아를 찾아 푸틴과 Su-35 거래를 담판 지으려는 시도도 있었지만 결국 무산됐다. 북한은 1990년대 초까지 다운그레이드 버전의 MIG-29를 20여 대 들여온 것을 마지막으로 신형 전투기를 확보하지 못했다. 북한 입장에선 한국이 KF-16과 F-15K, 심지어 F-35A 전투기를 속속 전력화하는 것에 큰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이 때문에 북한은 2010년대 들어 러시아와 중국에 전투기 공급을 요청했지만 모두 거절당했다.

北, Su-35 도입 대비 작업도

최근 북한은 고질적인 전투기 공급난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파병으로 타개하고자 나섰다. 러시아가 자기네 병력 및 장비난의 구원 투수로 등장한 북한에 첨단 무기를 넘겨주기 시작한 것이다. 기회를 잡은 북한은 러시아에 신형 전투기 공급도 다시 요구하기 시작했다. 김정은의 로망은 단연 Su-35였다. MIG-17·19·21 등 구닥다리 전투기로 구성된 북한 공군을 Su-35 같은 첨단 기종으로 탈바꿈하려는 속셈이다. 김정은은 2023년 9월 러시아 콤소몰스크나아무레에 있는 수호이 공장을 방문해 Su-35의 공중 기동 시연을 직접 참관하고 “로씨야(러시아의 북한식 표현) 항공 기술의 급진하는 발전상과 거대한 축력을 체감하며”라는 글을 방명록에 남기기도 했다.

실제로 김정은의 방러를 전후해 북한은 Su-35 등 대형 전투기를 운용할 수 있도록 공군기지 확장 및 현대화를 진행했다. 예를 들어 평양 인근 순천·북창비행장은 2500m였던 활주로가 2800m로 연장되고, 정비고로 추정되는 대형 건물은 물론 이전에 없던 유개화(有蓋化) 격납고까지 들어섰다. 당시 새뮤얼 퍼파로 미국 인도태평양사령관과 한국 국가정보원은 “북한과 러시아가 신형 전투기 거래에 합의했으며, 북한 측 인수 요원들이 러시아에서 교육을 받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 거래를 통해 북한에 넘겨지는 러시아 전투기가 Su-35라면 김정은은 10년 넘은 숙원을 이루는 셈이다.

하지만 Su-35가 러시아 측 선전이나 김정은의 바람과 달리 최강 전투기가 아님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가장 최근 사례는 러시아에서 벌어진 Su-35의 헬기 오인 격추 사건이다. 10월 1일(이하 현지 시간) 러시아 서부 보로네시에서 우크라이나 드론 요격을 위해 출격한 러시아 Mi-8 헬기가 아군 Su-35 전투기에 격추당해 탑승자 3명 전원이 사망했다. 당시 우크라이나가 쏘아 올린 FP-1 자폭 드론은 고정익 형상으로, 레이더나 적외선 탐지기상 특성이 대형 회전익기인 Mi-8 헬기와 완전히 달랐다. 하지만 Su-35는 이마저 분간하지 못했고 한술 더 떠 피아식별 장치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Su-35는 지속적으로 성능 부족을 드러냈다. 7월 24일 러시아판 다보스 포럼으로 불리는 ‘국제경제포럼’이 열린 상트페테르부르크 상공을 우크라이나 자폭 드론이 제 집처럼 날아다녔다. 각국 대표단이 참석한 가운데 도시에는 공습경보가 울렸다. 그런데 포럼 참석자 일부가 촬영한 영상에는 출격한 러시아 Su-35가 우크라이나 FP-1을 발견하지 못한 채 그냥 지나치는 장면이 담겼다. 카탈로그 스펙만 보면 Su-35는 레이더와 IRST로 드론을 탐지·식별하고, 헬멧 장착 조준 시스템으로 쉽게 격추할 수 있다. 하지만 실전에서 Su-35는 가까운 거리에서조차 드론을 발견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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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공군 F-16 전투기는 카탈로그 제원 성능이 앞서는 것으로 알려진 러시아 Su-35를 공중전에서 잇달아 격추하고 있다. 뉴시스

러시아가 자랑한 Su-35의 공중전 능력도 실전에선 발휘되지 않았다. 지난해 6월 쿠르스크 상공에서 작전 중이던 Su-35가 우크라이나의 구형 F-16AM 전투기에 격추되는 일이 있었다. 우크라이나 F-16은 1980년대 초반 유럽 국가들이 도입했다가 퇴역시킨 것을 인수한 기체였다. Su-35와 비교하면 30년 이상 오래된 기종이다. Su-35의 제원상 성능은 F-16AM을 압도했지만 실제 공중전에선 되레 참패를 당했다. 올해 7월에는 또 다른 러시아 Su-35가 우크라이나 F-16에 격추되는 망신을 당했다. 당시 우크라이나는 F-16 3대가 팀을 이뤄 1대가 적을 유인하고 나머지가 측면에서 기습하는 전술을 썼다. 러시아는 “Su-35의 레이더는 240도를 동시에 탐지 가능해 측면 공격 전술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선전해왔다. 우크라이나가 실전에서 Su-35를 격추함으로써 러시아 측 선전이 거짓임이 입증된 것이다.

드론 놓치고, 공중전 참패하고…

카탈로그 제원과 실제 성능의 괴리가 큰 것은 상당수 러시아 무기체계에서 나타나는 공통점이다. 그중에서도 Su-35의 실패가 유난히 부각되는 이유는 러시아의 선전과 각종 미디어 노출을 통해 과도하게 ‘올려치기’ 된 탓이 크다. 이런 허위 스펙에 실망해 Su-35 구매 계약을 취소한 나라도 있다. 예를 들어 이집트가 2020년 실시한 모의 공중전에서 Su-35는 프랑스 라팔 F3에 완패했다. Irbis-E 레이더는 라팔의 전자전 시스템에 무력화됐고, 반대로 키비니-M은 라팔의 레이더를 재밍하지 못했다. 전자장비 성능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기동성과 연비 등 상당수 제원이 카탈로그 데이터와 다르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결국 이집트는 러시아에 발주한 24대 중 초기 인도분 5대를 반품하고 계약을 취소했다. 북한 김정은으로선 자기네 공군의 유일한 희망이던 러시아 Su-35의 졸전이 누구보다 갑갑하지 않을까.

이일우 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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