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자금을 안 준다고 기업 직원을 고문했던 정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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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자금을 안 준다고 기업 직원을 고문했던 정권

최고관리자 0 96 10.03 15:31

https://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978924.html

1960년 3월15일, 대통령과 부통령을 함께 뽑는 선거가 다가오고 있었다. 선거를 앞두고 정치자금을 모으기 위해 자유당은 기업에서 돈을 걷었다. 자유당은 선거비용과 정권 유지를 위해 정치자금이 필요했다. 기업에 여러 특혜를 주는 대신 반대급부로 정치자금을 챙겨왔다. 대부분 회사는 자유당의 정치자금 요구에 ‘울며 겨자 먹기’로 돈을 냈다.

한 기업은 달랐다. 자유당이 유한양행에 3억환(옛 화폐 단위)을 정치자금으로 은밀히 요구했지만, 유한양행은 끝까지 내지 않았다. 그러자 강도 높은 세무조사가 뒤따랐다. 유한양행에 세무서 직원이 몰려왔다. 그들은 유한양행 경리 장부를 압수해 일일이 조사했다. 정상적으로 일하기가 불가능한 지경이었다.

유한양행이 자유당 요구를 들어주지 않자, 세무서는 유한양행에 6천만환의 탈세 혐의를 씌워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은 유한양행 임원을 상대로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법원은 증거 불충분으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끝이 아니었다. 다음은 경찰이었다. 치안국 경제계 형사 17명이 유한양행에 들이닥쳤다. 그들은 사무실 구석구석을 샅샅이 뒤지며 탈세 증거를 찾으려 했다. 회계과장 직원을 치안국 지하실로 끌고 가서 고문하기도 했다. 세무서 직원과 형사는 매일 출근하다시피 했지만, 이들 역시 지쳐갔다. 위에서 시켜 탈세 조사를 벌였지만 탈세 흔적을 전혀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자유당은 3·15 부정선거를 치르기 위해 56개 기업에 62억9천환을 끌어모았지만, 이승만 정부와 자유당 정권은 부정선거로 무너졌다.

1961년 5·16 군사 쿠데타로 집권한 박정희 정부 역시, 이승만 정부처럼 기업에 정치자금을 요구했다. 유한양행은 이전과 마찬가지로 정치자금을 건네주고 권력에 잘 보이려고 하지 않았다.

이번에도 국세청이 강도 높은 세무 사찰을 벌였다. 이전과 마찬가지로 한 달 동안 조사해도 탈세 사실을 밝혀내기 힘들었다. 오히려 세무서 직원들이 탈세 없는 장부에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탈세 혐의로 조사가 힘들어지자, 이번에 빼든 건 약 함량 분석이었다. 세무조사로 나오는 게 없자 약점을 잡기 위해 방향을 튼 거였다.

관계 당국은 유한양행이 제대로 된 함량으로 약을 팔고 있는지 과학기술처에 분석을 의뢰했다. 분석 결과 문제가 드러나지 않았다. 세무 당국은 결국 손을 들었다.

권력자의 불법적인 요청을 단칼에 거부한 사람은 유한양행 최고경영자(CEO)인 유일한 박사였다. 당시 많은 임원이 정치자금을 줘야 제대로 사업을 할 수 있다고 건의했다. 그런데도 유일한 박사는 원칙을 지키며 뜻을 굽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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