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정장에 구두 차림보다는, 편한 복장에 운동화를 신고 다니는 사람들이 늘면서, 흔히 볼 수 있었던 구둣방들이 하나둘 사라지고 있는데요.
이제는 몇 명 안 남아 있는 구둣방 사장님들을 정혜인 기자가 만나고 왔습니다.
리포트
밑창을 뒷굽 모양대로 구두칼로 '스윽' 잘라낸 뒤 기계로 다듬습니다.
손에 휘감은 하얀색 구두닦이용 '융'.
구두약을 묻혀, 구두 모양대로 쓱싹쓱싹 닦아줍니다.
누군가의 일상, 한 걸음 한 걸음 먼지를 뒤집어썼던 구두가, 윤기를 되찾습니다.
[오복일/구둣방 경력 37년]
"이거 하는데 손이 엄청 가죠."
37년간 1.5평 구둣방에서 4남매를 키웠습니다.
[오복일/구둣방 경력 37년]
"오전에 한 50켤레 이상은 가져다 닦았거든요. 점심도 한 4시, 5시에 먹었어요. 일이 많아서요."
한 대학교 안 또 다른 구둣방.
1969년 졸업한 오랜 단골 할머니가 찾아왔습니다.
[졸업생]
"우리 학교 다닐 때는 하이힐 신었잖아요. 입구(인도)에 구멍이 뽕뽕뽕 났었어요. 하이힐 뒷굽이 거의 긁혀‥"
23년 전 졸업한 또 다른 단골은, 이젠 딸이 다니는 학교를, 굳이 구두를 들고 찾아왔습니다.
[임수진/졸업생]
"고치지 말까요? <안 되는 건 없어.>"
50년을 닦고 만졌는데, 그게 여전히 재미있습니다.
[허완회/구둣방 경력 52년]
"'우리 동네서는 안 된다던데요?' 이런 게 재밌어. 처음 해본 일이 지금도 있어요. 항상 도전하는 거지."
그런데, 손님이 끊겼습니다.
[오복일/구둣방 경력 37년]
"자식들 맛있는 것도 사주고‥ 단골 손님 없으면 문 닫아야 될 거예요."
학교나 직장에서 정장 차림이 줄고, 양복에 운동화 차림이 낯설지 않아졌습니다
구두가 줄어드니 구둣방 일도 없어집니다.
[임수진/졸업생]
"(딸이) 양말에다가 집에서 신는 슬리퍼를 신고‥"
학교 구둣방인데 단골은 죄다 졸업생.
결국 올해 말 문을 닫을까 고민 중입니다.
[허완회/구둣방 경력 52년]
"사람들이 조그만 것도 이불 속에서 다 해결하잖아. 내가 필요 없는 사람이 돼버렸잖아."
10년 전 1천 개가 넘던 서울의 구두 수선대는 절반 수준으로 줄었습니다.
[김시은/손님]
"(구둣방이) 거의 없어져서 구두굽 갈기도 되게 힘들잖아요."
몇 평 남짓 구둣방에서 누군가의 일상 속 발끝에 윤기를 찾아주는 이들.
평균 연령 72살, 어쩌면 우리나라 마지막 구두닦이가 될지도 모릅니다.
[이성민/손님]
"나이가 비슷하니까 같이 없어지겠지 나하고‥"
[오복일/구둣방 경력 37년]
"우리가 안 하면 새로 하는 사람들 거의 없을 거예요."
MBC뉴스 정혜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