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는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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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는 노래

최고관리자 0 29 10.21 07:30

모르는 노래

몇 년 전 일입니다.

시간이 더 지나면 기억이 더 흐려질 것 같아서, 지금 생각나는 데까지만 적어보려고 합니다.

대학 때부터 친하게 지낸 친구가 넷 있었습니다. 모리, 이시다, 다나카, 고바야시, 그리고 저까지 다섯 명입니다. 졸업하고 나서는 다들 사는 곳도 달라져 한꺼번에 만나는 일이 드물었는데, 모리가 결혼을 앞두고 있어서 오랜만에 다 같이 만났습니다.

저녁을 먹고 술을 조금 마신 뒤 노래방에 갔습니다. 대학 때 자주 부르던 노래를 이것저것 예약해놓고 놀고 있었는데, 다나카가 리모컨으로 번호를 입력하다가 하나를 잘못 눌렀습니다.

화면에 처음 보는 제목과 여자 가수 이름이 떴습니다.

“이거 뭐야?”

“잘못 눌렀어.”

다나카가 취소하려고 리모컨을 만지다가 화면을 한 번 더 봤습니다.

“근데 이거 번호도 되게 옛날 거 같은데.”

그 사이 전주가 시작됐습니다.

전주는 단순했습니다. 오래된 어린이 노래 같은 멜로디였습니다.

몇 마디 나오자 모리가 갑자기 화면을 쳐다봤습니다.

“어?”

“왜?”

“나 이거 아는데.”

그 말을 듣는 순간 저도 알았습니다.

저도 아는 노래였습니다.

어디서 들었는지는 전혀 생각나지 않았는데, 다음에 어떤 음이 나올지는 알 것 같았습니다.

이시다도,

“나도 알아.”

라고 했습니다.

다나카도 조금 듣더니,

“어. 나도 아는 것 같은데.”

라고 했습니다.

고바야시만 고개를 저었습니다.

“난 처음 듣는데.”

노래가 시작됐습니다.

아이들이 놀다가 해가 지기 전에 집으로 돌아가는 내용이었습니다. 해가 기울고 놀이터에 그림자가 길어지고, 아이들이 골목을 지나 하나둘 불이 켜지는 집으로 돌아간다는 정도의 노래였습니다.

몇 소절 지나자 저희 넷이 같이 부르고 있었습니다.

누가 먼저 시작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화면을 보고 가사를 읽어서 부른 것도 아니었습니다. 다음 가사가 뜨기 전에 입에서 먼저 나왔습니다.

모리도 그랬고 이시다도 그랬습니다. 다나카도 어느새 같이 부르고 있었습니다.

고바야시만 저희를 보고 있었습니다.

일절이 끝났습니다.

그런데 반주가 계속됐습니다.

화면이 바뀌자 모리가 말했습니다.

“어? 이거 이절도 있었어?”

아무도 이어서 부르지 않았습니다.

이절이 끝나고 원래 예약해둔 노래가 시작됐는데 누군가 바로 꺼버렸습니다. 뒤에 예약해둔 것도 전부 지웠습니다.

잠깐 조용했습니다.

이시다가 먼저 말했습니다.

“야. 근데 이 노래 좀 이상하지 않냐?”

가사에 무서운 말이 있는 건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끝까지 듣고 나니까 묘하게 기분이 좋지 않았습니다. 멜로디도 그렇고 전체적으로 좀 음산했습니다.

다나카가 말했습니다.

“근데 우리가 이걸 어떻게 알지?”

모리가 일절 첫 부분을 다시 불렀습니다.

저하고 이시다, 다나카가 그대로 뒤를 이었습니다.

고바야시가 말했습니다.

“난 진짜 처음 듣는다니까. 니네 넷이 갑자기 이런 음산한 노래를 같이 부르는 게 더 이상해.”

처음에는 학교에서 배운 노래 아니냐는 얘기가 나왔습니다.

“학교였나?”

“유치원 아니야?”

“옛날 동요일 수도 있지.”

그런데 아무도 어디서 배웠는지는 기억하지 못했습니다.

한참 이야기하다가 모리가 말했습니다.

“나 이거 놀이터에서 불렀던 것 같아.”

그 말을 듣자 저도 뭔가 걸렸습니다.

“나도 그런 것 같은데.”

이시다도 잠깐 생각하다가,

“나도 밖에서 불렀던 것 같아.”

라고 했습니다.

다나카는 한동안 가만히 있다가,

“공원 같은 데 아니었냐?”

라고 했습니다.

그러다 모리가 갑자기,

“아.”

하고 말했습니다.

“아줌마가 불렀어.”

어릴 때 살던 집 근처에 작은 놀이터가 있었는데, 거기에 아이 하나를 데리고 자주 나오던 여자가 있었다고 했습니다.

특별할 것 없는 젊은 아줌마였습니다. 아이가 놀이터에 있으면 근처에 앉아 있었고, 그 노래를 자주 불렀습니다.

“그 사람이 너희한테 가르쳐준 거야?”

“아니. 자기 애한테 부른 거지.”

모리는 그 여자와 이야기해본 기억도 별로 없었습니다. 그냥 동네에서 아이 데리고 놀이터에 나오는 엄마라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여름이었던 것 같아. 매미 소리가 엄청 시끄러웠던 건 기억나.”

그 여자가 계속 노래를 부르니까 주변 아이들도 조금씩 따라 불렀다고 했습니다. 어느 정도 지나고 나서는 누가 먼저 시작할 것도 없이 아이들끼리 놀면서 불렀습니다.

그 말을 듣고 나서 저도 조금씩 기억이 났습니다.

저도 어릴 때 자주 가던 작은 공원이 있었습니다. 거기에도 아이 하나를 데리고 나오는 젊은 여자가 있었습니다.

얼굴은 잘 떠오르지 않습니다.

그런데 노래를 부르던 건 기억났습니다.

같은 노래였습니다.

저희도 그 노래를 불렀습니다.

그리고 저도 여름이었던 것 같았습니다.

이시다도 아줌마가 있었던 것 같다고 했고, 다나카도 집 근처 공원에 아이를 데리고 나오던 여자가 어렴풋이 생각난다고 했습니다.

이야기를 하다 보니 아이 얘기가 나왔습니다.

모리가 먼저 말했습니다.

“그 아줌마 애가 나유타였나?”

이시다가 바로,

“나유타는 아닌 것 같은데.”

라고 했습니다.

제가,

“나오키?”

라고 했습니다.

모리가 한동안 생각했습니다.

“어…… 비슷한데.”

저도 나오키는 아닌 것 같았습니다.

잠시 뒤 제가,

“나오였나?”

라고 했습니다.

모리가 바로,

“아.”

하고 소리를 냈습니다.

이시다도,

“나오짱.”

이라고 했습니다.

다나카도,

“아, 나오. 그런 이름이었던 것 같아.”

라고 했습니다.

정확한 이름이라고 자신할 수는 없습니다.

그런데 ‘나오짱’이라고 하면 다들 익숙했습니다.

그러다 이시다가 말했습니다.

“나오짱 유모차 타고 있지 않았어?”

이번에는 저도 바로 생각났습니다.

“맞아.”

아기처럼 작은 애는 아니었습니다.

저희보다는 조금 어렸겠지만, 유모차를 타고 다닐 나이로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몸에 비해 유모차가 작았던 모습만 기억납니다.

그러다 다나카가 갑자기 물었습니다.

“근데 너희 그때 어디 살았어?”

모리는 나라였습니다.

이시다는 후쿠오카였습니다.

저는 치바였습니다.

다나카는 사이타마였습니다.

저희는 대학에 들어와 처음 만났습니다.

한동안 아무도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날은 그대로 헤어졌습니다.

그 후로 각자 어릴 때 같이 놀던 친구들에게 연락해봤습니다.

놀이터에 자주 나왔던 친구들은 대부분 노래를 알고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제목을 말해도 모르겠다고 하다가 멜로디를 조금 들려주면,

“잠깐만.”

하고 듣다가 뒤를 이어 부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제 친구 한 명은 제가 몇 소절 부르기도 전에 후렴을 이어서 불렀습니다.

“야, 우리 이거 맨날 불렀잖아.”

“어디서 배웠는데?”

“몰라.”

잠깐 생각하더니,

“우리 공원에서 불렀던 거 아니냐?”

라고 했습니다.

조금 더 이야기하다가 그 친구가 말했습니다.

“그때 애 데리고 오던 아줌마 있었잖아.”

그러고는 잠시 생각하다가,

“그 애 몸은 꽤 컸는데 유모차가 되게 작았잖아. 다리가 밖으로 쭉 나와 있고.”

라고 했습니다.

그 말을 듣고 그 모습이 더 또렷하게 생각났습니다.

다른 친구는,

“그 아줌마 오봉 지나고도 있지 않았냐?”

라고 했습니다.

또 모리 쪽 친구 한 명은,

“방학 거의 끝날 때까지 봤던 것 같은데.”

라고 했다고 합니다.

각자 연락한 친구들의 기억은 세세한 부분에서는 조금씩 달랐습니다. 누구는 아이 이름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했고, 누구는 여자의 얼굴은 전혀 생각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그래도 당시 그 놀이터에서 자주 놀던 사람들은 대부분 노래를 알고 있었습니다. 아예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도 조금 있었고, 당시 나이가 어렸던 사람 중에는 멜로디만 어렴풋이 안다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고바야시도 어릴 때 같이 놀던 친구 한 명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멜로디를 들려주자 그 친구가 바로 말했습니다.

“그거 기억나지.”

“난 모르겠는데.”

“뭔 소리야. 너도 그때 같이 불렀잖아.”

고바야시는,

“난 진짜 기억 안 나.”

라고 했습니다.

나중에 당시 몇 학년이었는지 다시 맞춰봤는데, 저희 넷 다 같은 해 여름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그 여자와 나오짱을 본 날을 기억하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분명 한동안은 놀이터에 있었습니다. 그 여자가 노래를 부르면 아이들이 따라 불렀고, 나중에는 그 여자가 없어도 아이들끼리 그 노래를 부르며 놀았습니다.

그런데 그다음 기억부터는 둘 다 없습니다.

노래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언제 마지막으로 불렀는지 기억하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학교나 집에서 다시 들었다는 사람도 없었습니다.

그때는 아무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노래방에서 다시 듣고 나서야 저희끼리 이런 말을 했습니다.

“우리 진짜 이걸 그렇게 많이 불렀어?”

“그랬던 것 같은데.”

“지금 들으니까 좀 싫은 노래네.”

저도 그랬습니다.

딱히 무서운 노래는 아닙니다.

그런데 다시 듣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나중에 노래방 화면에 나왔던 제목과 가수 이름으로 인터넷에서도 찾아봤습니다.

검색하면 노래방 곡목표 같은 데 제목과 가수 이름이 남아 있는 정도였고, 정작 노래 자체나 그 가수에 대해서는 별다른 걸 찾지 못했습니다.

몇 번 찾아보다가 그만뒀습니다.

옛 친구들에게 물어본 건 조금 후회했습니다.

며칠 뒤 한 친구가 전화해서,

“야, 괜히 그런 얘기 왜 했냐.”

라고 했습니다.

“왜?”

“그냥 기분 나쁘잖아. 완전히 잊고 있었는데.”

다른 친구도,

“그때는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지금 생각하니까 좀 그렇다.”

라고 했습니다.

한 사람은,

“다음에 이런 거 생각나도 나한테 묻지 마.”

라고 했습니다.

별일이 생겼다는 얘기는 아니었습니다.

그냥 다시 떠올리고 싶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저희도 처음에는 이 이야기를 몇 번 더 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거의 꺼내지 않게 됐습니다.

그 뒤로는 전처럼 자주 만나지 않았고, 지금은 고바야시하고만 가끔 연락하고 있습니다.

기억이 더 흐려지기 전에 한번 적어봤습니다.

친구들하고 이야기하면서 섞인 부분도 있을 겁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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